[시집] 마음 챙김의 시 | 류시화
한 동안 나는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모호한 꿈을 찾아 방 천장을 날아다녔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확실했던 '꿈'이란 녀석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침대 위를 방방 뛰었다. 꾸준히 쫒다 보면 언젠가 마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꽉 막힌 천장을 향해 조금 오버해서 뛰어본다. 그러다 차마 보지 못했던 침대 가장자리를 밟고, 발을 헛디뎌 침대 밑으로 떨어진다. 네모난 천장에 수도 없이 그려본 그토록 확실했던 꿈은, '앗' 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입 밖으로 내뱉어지며 허무하게 그 실체를 잃어버리고 만다. 실체 없는 이상과 허상으로 뒤범벅된 꿈은 점점 의문형이 되어가고, 더 이상 내 방 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만히 주저앉는다. '꿈'이란 빛나고 찬란하지만, 한 순간 별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뛰고 있었는가.
언제든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내 방에서 작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임에도, 겁이 나 손을 반만 뻗어 본다. 상처 받고 싶지 않았기에 더 높은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 작은 방을 나오려 하지 않고, 큰 꿈을 잡으려 했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의 인정을 바랐다. 방안에 주저앉아 되돌아본 나는 이기적인 위선자였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잡다한 생각들은 나를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의 말]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너는 마음 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 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속도에 대한 세상의 숭배에 저항하는 것'이며, 숱한 마음 놓침의 시간들을 마음 챙김의 삶으로 회복하는 일이다. 꽃나무들은 현재의 순간에서 최선을 다해 꽃물을 길어 올려 꽃을 피운다. 파블로 네루다가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라고 썼듯이, 나는 이 시들로 당신을 온전히 당신의 삶에 꽃 피어나게 하고 싶다.
나는 삶을 사랑해. 비록
여기
이러한
삶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먼 미래만을 바라보다, 정작 무언가에 열심히 취해 있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언제나 나는 부족했고, 스스로를 칭찬하지 못했다. 정처 없이 흐르는 시간에 휘말려 그만 방향키를 놓쳐버렸고, 걷잡을 수 없는 무기력한 마음이 나를 잠식한다. 나는 마음 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 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어쩌면 또다시 찾아온 나의 방황은, 현재를 살고 있지 못하는 나에게,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의 방황은, 평소라면 눈길 주지 않았을 시집을 덜컥 집어 들게 만든다. 나를 위로해 줄, 나를 쉬게 해 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다.
삶의 무늬를 담은 한 편 한 편의 시는 공허한 방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운다. 인생이 담긴 시에는 굴곡과 자잘한 진동이 서려있다. 그리고 삶의 진동으로부터 발산되는 충만한 에너지는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만만치 않은 삶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날들을 향해 끊임없이 내디딘 누군가의 발자국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다시금 분산되어 있던 나의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하여 바라본다. 저자는 말한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작은 방에 갇혀, 그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 읽어 내려간 시들은, 현재 내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게 만들었으며, 회색빛의 마음에 어떤 색을 덧칠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무제]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타일러 노트 그렉슨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방에서 나와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으로 나가야 할 때임을 깨닫는다. 언제 또 좌절하고 무너질지 모르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나를 위로해 줄 따뜻함을 품은 글이 있기에 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버리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숨기지 말자.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흉터]
흉터가 돼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네이이라 와히드
[새와 나]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하룬 야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