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여태껏 살면서 나는 철학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철학이란 그저 어려운 과목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시절 ‘생활과 윤리’라는 과목을 통해서 처음 ‘철학’ 비슷한 것을 접했다. 그때는 그저 유명한 철학자, 학파, 그들이 펼쳤던 이론들을 매칭 시키며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어렵지만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말들, 뭔가 있어 보이는 과목,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철학이었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 책을 읽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묘한 동경심이 들었다. 철학은 쥐뿔도 모르면서 혼자 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바로 가슴 한구석에 존재했던 철학에 대한 동경심 때문이었다.
‘철학을 동경하는 마음’에는 사실 나의 오래된 결핍이 묻어있다. 스스로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지만, 나에겐 지적 허영심, 과시욕이 있다. 부끄럽게도. 괜스레 있어 보이는 문장을 사용하고 싶고, 새롭게 알게 된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같이 공유하고 알려주고 싶은, 그러면서 나의 얕은 지식을 뽐내고 싶어 하는 그런 못생긴 마음들. 철학에 대한 동경, 더 넓게는 지식인, 똑똑이들에 대한 동경심이었다. 과시는 결핍이라던데, 나는 항상 나 자신을 모자라고 기본적인 지식도 아는 게 없다고 자책했고, 그 마음이 나를 자꾸만 현실의 나보다 더 있어 보이게끔 꾸며댔다. 인스타를 잠시 그만뒀던 이유도, 분명 내 글이지만, 나의 온전한 글이 아닌 그저 꾸며낸 글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부끄러웠다. 그래서 한동안 책 계정에 들어오지 못했다.
말이 새어 나갔지만, 아무튼 서점에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집었던 것 역시, 철학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 아래 내재되어있던 ‘있어 보이는 똑똑이’가 되고 싶었던 나의 욕심 때문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며 생각했다. ‘만약 어려우면, 일단 덮자.’ 하지만 난 책을 덮지 않았고, 2번이나 완독을 했다. 어떤 이유로 책을 읽었건 간에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나에게 꽤나 많은 것들을 일깨워주었고, 나의 시야를 트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꾸밈없는 나만의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오직 내 시선을 믿기로 결정했다.
�REVIEW | 삶이란 무엇인가
책의 목록을 훑어보는데 몇몇 아는 철학자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도 보인다. 작가는 철학자의 국적, 성별, 나이, 유명세 그 모든 걸 떠나서 삶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자들의 흔적을 기차를 타고 여행한다. 저자는 독자와 죽은 자의 중간에서 세월의 시간 텀이 재치 있고 진솔하게 통역한다. 몇백 년 세월의 간격이 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지만, ‘불안정핱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공통된 이유만으로,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선명히 들을 수 있었다. 책은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지’, 아니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친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온다. 그리고 나는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을 수없이 경험했다.
�책은 총 3파트로 나눠진다�
1부 새벽 - 마르쿠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2부 정오 -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다, 공자, 세이 쇼나곤
3부 황혼 -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
파트를 나눈 작가만의 기준이 분명 있었겠지만, 각 파트는 점진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1부에서는 진정으로 나만의 삶을 이해하는 법을 다루고, 2부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대하는 법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온전히 나를 수용하는 법을 다루는 듯하다. 그리고 모든 것의 중심에는 “나”가 있었다. 책을 읽기 전 내가 간과했던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들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삶에 무서움을 느끼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철학’은 단순히 유명 철학자와 그들의 말들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철학이란 삶의 두려움에 직접 부딪히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철학자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사랑하고, 삶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무수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었다.
책 속의 열네 명의 철학자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각기 다른 성찰과 지혜를 엿보면서 나에 대한 각종 의문들이 뒤따른다. 소로와 쇼나곤처럼 삶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서 나는 내 앞의 삶을 얼마나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가. 니체의 말마따나 내 인생 모든 희로애락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 삶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가? “나는 내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나는 저자가 달리는 기차에서 내려 철학자들을 만난 것처럼, 천천히 달리는 내 인생의 기차에서 내려 종종 책 속의 철학자들을 만나러 올 듯싶다. 삶이 무섭게 다가올 때, 치열하고 열심히 삶을 사랑했던 그들을 만나기 위해 이 책을 펼쳐 볼 것이다.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그들의 흔적을 뒤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