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5
Ep005_누구야 아침부터 이런 가식적인 BGM을 틀어놓은 게
1월 시린 한국의 공기를 품고 태국 햇빛을 받으러 나는 갔다
Ep.005
좋다는 소문으로 부푼 내 가슴도 낯선 곳에, 대구로 치자면 시내버스가 끊기는 시간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준비하도록 만들었다. 계획이 귀찮은 변수를 좋아하는 나도 밤은 무서우니까.
그렇게 떠나기 전 떠나오는 길 내방 컴퓨터 앞에서 비행기 안에서 몇 번이고 나는 리허설을 하고 또 하고. 대본이 있었다면 누더기가 되었겠지. 나는 짐을 부치지 않았으니까 부리나케 달려 입국심사를 받고 시내 어디라도 정액제로 운영된다는 public taxi를 타면 안전하겠지. 예약해둔 숙소까지는 15분이랬어. 괜찮아. 안전한 밤이 될 거야.
뛰고 도장을 받고 줄을 섰다. 시간이 얼마 없다. 내 마음 속 통금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빨리! 나 한시가 급하다고 어서! 난 사방이 막힌 안전한 숙소에 도착해 모든 마음을 놓아두고 싶다고.라고 온 사방으로 외쳤다. 눈빛으로 절절하게.
유난을 떤 마음 속 리허설덕에 매끄럽고 순조롭게 택시를 타고 이번 생엔 다시 오지 않을 치앙마이와의 첫 순간을 오래도록 제대로 기억하려 창문에 코를 박고 하지만 한켠에는 여전히 촉각과 촌각을 곤두세우며 다투게 하며 그렇게 한국에서 고르고 고른 나의 안전지대 오! 나의 숙소에 도착했다.
이게 뭐야. 아니 밤 10시가 넘었는데 귀가해야지 술잔치라니 저렇게 널려져 있다니. 뭐야 유럽인가 이곳은. 서양인들이 왜 이렇게 널려져 있는거지. 왜 쳐다봐. 왜 쳐다보냐고.
당연하다. 그 더운 날 긴팔티에 패딩조끼를 입은 막 택시에서 내려 긴장감을 줄줄 흘리고있는 동양인이 길거리에서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익숙해진 뒤 치앙마이의 나날들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그때의 두려움은 정말이지 귀엽고 귀여웠다.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한참 드디어 내가! 여기! 왔다는 들뜬 마음을 소모하고. 그 날 몇 시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게 하나 있는데, 내가 닳고 닳도록 애껴듣는 아침 라디오 DJ의 열애설을 고자질하듯 일러준 사월이 덕에 그렇게 접한 실시간 고국의 소식에 아주 잠시 아! 하다가 이내 숙소 창문을 열고 아! 감탄했던 기억.
내가 줄리엣이라는 건 아니고 그 날 내 방이 내 숙소가 줄리엣의 테라스를 갖고 있었다. 그렇게 내 발밑에는 치앙마이의 자유로운 여행취객들이 적당히 듣기 좋은 정도로 와글와글하고 잔잔하이 음악이 흐르고.
Fade out(Black out 같기도)
어느 순간 줄리엣의 테라스에서 정말이지 동화 같은 새소리가 들렸다. 새소리에 깨다니. 이 무슨 벅차오르는 동화 같은 상황이야.
누구야 아침부터 이런 가식적인 BGM을 틀어놓은 게.
누구긴. 치앙마이지.
충격과 환희 기쁨이 흘러 넘친다. 와 그래 이거야. 내가 이러려고 여기 왔다니까!
매일 아침 새소리와 함께 의식이 돌아오다 보니 곧 익숙해졌지만, 아무튼 초반에는 그랬다.
치앙마이가 내게 주는 모든 소리와 모든 풍경에 오만 오감육감 모든 감들을 끌어다 쓰고 느껴주었다고.
그랬다니까.
새소리가 다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