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만 가보지 않은 러시아_1

안녕하세요.모로코에서 온 방낙타입니다.

by 지민

보이는 소문에 의하면, 그곳을 선택한다면 21세기 위아더월드 시대의 어느 항공사의 서비스를 선택한 승객이 되는 게 아니라 아주 옛날 홀대를 받으며 눈칫밥을 주식으로 먹고 사는 낮은 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러나 나의 그리고 함께 여행을 가는 이의 생각이란, 無맛 보다는 쓰더라도 무맛이 낫고 먹어본 적 없고 상상한 적 없지만 無맛 보다는 된장 맛이 나아. 였기에. 그래서 우린 주저 없이 선택! 러시아 항공!


또 하나. 여럿 그리고 다양한 지난시간들을 쌓아오면서 에펠탑이 런던이 이슬람인이 지구에 발을 붙이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우리를 그래도 혹시 여기는 외계인이 심어놓은 허상의 개념은 아닐까.라는 오만 상상을 펼치는 어린애로 만드는 그 나라. 에어포스원의 붉그스름한 그 나라. 실체가 신문에는 있지만 실재는 지구에 없을 것 같은 신비와 모험의 나라 러시아의 공기를 맡아보기 위해.

스크린샷 2015-06-11 오후 3.53.15.png 보름의 짐이 고작 저렇다는 것도 참 웃기거니와, 나를 저렇게 널부러놓을 거면! 저렇게 빛을 가득 넣어서 못쓰는 사진을 만들 거면! 뭐하러 찍어놨는 참 알 수가 없네요.

잠시, 미래의 나인 현재의 내가 표를 예약한 시점에 대과거의 나를 생각해봅니다. 좀 더 오래 공기를 마시고 싶었던 표를 예약할 당시의 나는 반나절이라는 레이오버를 축복으로 여겼는데 미래의 나인 현재의 나는 그 시간을 회상하면 권태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래. 역시 과거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자인 게 분명합니다.

우리는 분명 긴장했습니다. 소문이 자자한 러시아 비행기에는 우리의 생사가 달려있기에.


우리가 주워들은 이야기들은 물론 생사와는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짐 잃어버리는 건 예삿일도 아님. 불안정한 비행. 불친절하고 무서운 승무원. 무사 도착만 해도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레모니로 박수를 치기도 한다.라는 이야기들) 비행기라는 공간과 이게 날 위해 해주는 일의 특성 덕에 자연스레 생긴 생사 걱정이었지요.


승무원 같으면서 승무원 같지 않은 강해보이는 여성(아주머니, 언니, 여자라는 단어는 느낌이 살지 않아요)을 기내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헉 이런. 정말이잖아. 하나를 내 눈으로 확인했어. 정말로 승무원이 친절해 보이지 않아! 어쩌지. 정말 비행이 불안정하면, 내 짐이 없어지면, 다시는 내가 무사히 땅에 발을 딛지 못한다면! 시작점과 방향을 알 수 없는 조잡한 생각이 얼기설기 난리도 아녔죠.


결론부터 말하면 여러 가지 소문들 중 우리의 판단을 통해 진실로 판명된 것은 오직 하나. 그것도 완전한 하나의 진실이 아닌, 0.5개의 진실이 두개. 0.5에 0.5를 더하면 1이니까, 하나의 진실이라는 결과에 이르렀습니다. 승무원이 불친절하고 무서움 + 무사 도착만 해도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레모니로 박수를 치기도 한다 = 하나의 진실


한국에서 오래 지낸 내 머리에 심어진, 즐거운 일이 없는 그저 제로의 감정상태에서도 방실방실 웃어주는 우리 머릿속의 승무원이 아닌 제로의 감정상태면 입꼬리도 평정을 제로를 유지하는 러시아 승무원들은 비교적 무서워 보일 수 있어요. 인정. 인정. 아 무뚝뚝하다가 좀 더 가깝겠어요. 또 하나, 내 목숨을 러시아 항공 비행기에 걸었는데, 오! 이런. 흠집 없이 걸었던 목숨을 살포시 내려주었어! 의 마음에서 나오는 박수라기보다는, 그저 안전한 비행을 마쳐준 기장과 승무원들에게 쳐주는 박수로 들렸거든요. 내가 듣기엔. 우야든동 박수는 쳤으니 인정.


어찌 됐건, 러시아 바닥에 처음 발을 내딛는 건 우리에겐 신기한 경험.


스크린샷 2015-06-11 오후 3.53.26.png 러시아 땅 위에 위치하는 러시아 공항을 밟은 나를 가장 촌스러운 방법으로 인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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