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첫째가 하원하면 그 길로 시내 백화점 9층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에 간다. 그럼 오후 시간이 빨리 가는 건 당연하고 끊어둔 6개월짜리 자유이용권이 일주일에 한 번은 가줘야 안 아깝기 때문이다. 정해진 일과처럼 아쿠아리움에 가는 첫째는 호기심에 가득 차서 물고기부터 물풀 하나하나를 살피던 처음 시간을 지나 다 아는 곳 점검 오듯 있네! 있네! 어? 새로 왔네? 라며 20분도 안 돼서 아쿠아리움 방문을 끝낸다.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달랐다. 체험 프로그램과 짧은 공연 일정을 적어둔 전광판을 보며 이거 보자! 이거 보자! 를 외쳤다. 우리가 가는 아쿠아리움의 메인 시설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큰 수족관에서 하루에 두어 번 열리는 안녕! 인어!라는 짧은 공연 프로그램. 늘 우리가 10분에서 20분을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라 다음에 보자고 대충 기약하고 내가 빠져나갈라치면 순순하게 당해주던 첫째가 오늘은 달랐다. 15분을 기다려야 했던지라 시계를 보며 오삼공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은 오일오야. 15분, 기다릴 수 있어? (제발, 가자고!) 했고 당황스럽게 첫째는 응, 기다릴 수 있어.랬다. 너무 정확하고 똑똑한 발음으로. 그래서 마냥 기다렸다. 아기띠로 안아줘도 놀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둘째를 달래며, 더럽게 가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첫째는 정말 보고 싶었는지 잘 참았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라 조금 신기할 정도로.
공연이 시작됐고 인어역할을 맡은 긴 머리의 외국배우가 큰 수족관에 풍덩 들어오더니 우리에게 인사했다. 수많은 물고기와 가오리, 물풀과 바위 사이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우리에게 하트도 해주고 큰 물살도 만들어줬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박수도 치고 아이에게 연신 '이쁘다! 멋있다! 정말 좋다!' 따위의 형용사를 기계적으로 꺼내며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주변 아이들과 달리 첫째가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15분을 소중하게 기다린 것 치고 재미가 없나? 별로인가, 왜 안 좋아하지, 왜 신기해하지 않지. 눈치를 살피며 별로였나 보다, 확신했고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볼 광경에 박수치고 환호하고 우와우와 하길 바랐는데, 그게 아니라서 아쉬운 내 마음은 뭘까, 고민했다.
그리고 오늘 밤, 나란히 누워 오늘 뭐가 제일 행복했냐는 내 물음에 인어 누나를 꼽았다. 인어 누나가 어떻게 헤엄쳤는지, 어떤 손짓을 해줬는지 그리고 마음이 어땠는지.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이 많았던 게 분명했다. 어떤 것에 대해 큰 소리와 동작으로 반응해야 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 나는. 그리고 아이는 그럴 필요가 없이 그저 자기 방식으로 경험하고 느끼고 반응했던 것이고.
처음 본 광경에 박수치고 환호하고 우와우와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느끼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 옆에 내 성에 차지 않는 반응에 뭔가 종용하고 재촉하는 나를 갖다 대봤다. 안 될 말이었다. 이건 무조건 내가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소리와 장황한 동작이 다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걸 생각하며 잠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