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모로코에서 온 방낙타입니다.
우리는 주로 체류 여행을 합니다. 부지런히 신문물을 보고 남기는 알찬 여행의 방법은 왜인지 잘 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 여행이라기보다는 짧은 체류 정도의 단어가 우리에게 좀 더 근사하죠.
우리를 모르는 도시에 우리가 왔습니다. 온 건 우리니까 도시에게 어서 멋진 걸, 특별한 걸 보여달라는 재촉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우리는 도시에게 짧고도 긴 어중간한 시간을 내어 관심을 주고 웃어주고 여기 저기를 살펴줍니다. 같은 곳을 또 걸어주고 다른 날 또 걸어줍니다. 그 때마다 도시는 넣어두라며 얇은 모습을 한 장씩 내어줍니다. 한 장씩 쌓인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큰 덩이가 되어있죠. 고개를 기울여 이들의 측면을 보자면 얇디얇은 종이 모서리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익숙함을 함유시킨 그림 한 장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그저 지도의 붉은 점으로 남에 나라에 있던 이 도시는 이제 제 것이 되고, 지극히 개인적인 도시 정복이 끝났으니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어딘가에 품고 있는 제 지도에 색연필로 곱게 표시합니다. 역시 시간과 마음을 쏟고 볼 일이에요. 이렇게 천천히 한 도시와 아는 사이가 되었어요.
짧고도 긴 어중간한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된 어떤 것을 통해 우리는 그 도시에 ‘나만의 무엇’을 가득 심고 옵니다. 이를테면 아침식사 전 산책을 위한 해변,
오전 시간 사람 구경을 하는 곳,
지는 해를 보기 위한 벤치,
가장 좋아하는 공원,
저녁 뜀박질을 하는 도로와 같은
각각의 용도에 따른 나만의 장소를 말이죠.
내가 사는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내 느낌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여기 저기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내 도시와 내 장소가 많을수록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여행자가 될 수 있으며, 그 중 가장 간단한 활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에 가는 길은 도마뱀 공원을 둘러 가야지. 설거지 해놓고 갈매기 벤치에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엑스맨 퀵실버가 되지 못한 저는 당연히 퇴근하면 집으로, 설거지를 하고는 기껏해야 신천에서 오리를 보겠지만 멀리 있는 그 도시를 꺼내어 품는 동안 여행자가 되어 그 냄새 소리 공기를 만나는 기분은 정말 근사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주로 체류 여행을 합니다. 부지런히 신문물을 보고 남기는 알찬 여행의 방법은 자잘한 일들은 하느라 잘 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 여행이라기보다는 짧은 체류 정도의 단어가 우리에게 좀 더 근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