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털 같은 카펫 그리고 심란한 벽지와 싸워야 하는 것.
지난 시간의 반을 보낸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작은 도시로 돌아와 당구장자리에서 신생아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구장 자리에서 서점을 한다는 건
책방 주인 지망생인 나는 일단 준비물을 고르러 다닌다.
홀로 무엇을 일으켜 시작하는 경험이 처음인 나는 스스로에게 없는 돌다리지만 하나하나 두드려보기를, 신중하고 이성적인 생각을 품으라 다독이기를 여러 번. 하지만 가벼운 재미와 사소한 우연에 환장하는 나는 홀라당 이곳을 선택했다. (내가 환장한 재미있고 가벼운 우연은 또 다른 날 언젠가 이야기 할 일이 있겠지.)
심란한 벽지 그리고 묵묵한 카펫으로 둘러진 앞구르기 몇 번으로도 끝나지 않을 책방으로는 덩치가 큰,
구름을 타고 다니지 않는 이상 오가는 행인의 우연한 호기심을 기대할 수 없는 굳이 기어코 계단을 걸어 올라와야만 하는 2층에 위치한,
바꿀 방법이 없는 배꼽처럼 타고난 기울기가 인생의 전부인 다이가 여 기 저 기 박힌
ㅇㅇ 당구장.(실제 초성이 ㅇㅇ이다. 정말ㅇㅇ)
돌아온 고향에는 도움을 부탁할 친구도 없었거니와 (사실 허와 이가 도와주겠다 했지만, 그들의 도움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계획이나 지식이 부족했다.) 도움을 청할 배짱도 없는 나는 힘과 시간은 넘치기에 홀로 심란한 벽지 그리고 융털 같은 카펫을 해결하기로 한다.
벽칠이니 물감과 붓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구멍이 많은 나는 필수는 아니나 필요한 물품인 장갑과 끌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첫날은 벽보다 손에 벽보다 손톱에 더 많은 페인트를 칠했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목장갑을 잊은 나는 당구장에 서있으므로 당구장이 남겨주신 장갑을 끼고 페인트를 칠하기로 한다. 왜인지 모르나 새끼손가락이 발가벗겨져 있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우연을 갖는 대신 나는 심란한 벽지와 융털 같은 카펫과 온몸으로 싸워야 했다. 질긴 카펫은 나에게 허리 디스크와 생살 노출을 주고 갔다.
덩치 큰 (구) 당구장 책방은 채워도 채워도 휑하지만 그래도 진기한 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
다이 쇼케이스라든가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점수 계산을 돕는 그것 위에서 책 한 권의 허세라든가
더운 여름날 시원하고 딱딱한 평상이라든가
다이에서 워크숍같은 (브런치 작가 '책덕'님의 알찬 강의!)
그리고 23살 생일을 맞이한 양양의 생일 돌잡이도 다이 위에서 진행되었으나, 사진이 남아있질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당구장 자리에서 서점을 한다는 건 심란한 벽지와 융털 같은 카펫을 해치우고
다이를 다용도로 활용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