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팟타이로비타민D충천

Ep002

by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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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02_파파파팟타이로비타민D충천


1월 시린 한국의 공기를 품고 태국 햇빛을 받으러 나는 갔다


Ep.002
자전거를 타고 올드시티 밖으로 나갔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외운 듯 외워지지 않는 님만해민 그곳은 분명 치앙마이의 로망이 넘실거리던 곳.
인터넷에 치앙마이 이야기를 남긴 너도나도 하나같이 그곳을 행복의 구역이라 했다.


모두 맛있다는 소문난 식당에서 나 혼자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엄마의 집밥을 떠올리는 느낌. 꼴랑 96시간이 있었지만 나는 벌써 올드타운에 정을 줘버린 건가. 그렇게 님만해민과의 낯가림에 내 몸은 꼬이고 있었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수습하기 위해 한 번 후루룩 핥듯이 그렇게 급하게 님만해민을 급하게 핥고 훑고 (그래야 나도 훗날 님만해민에 가 보았어 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나의 임시 고향 올드타운으로 돌아오는 길. 내 구역 올드타운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적당히 허름 초췌한 팟타이 식당이 낯선 기분에서 온 서글픔을 맛있는 든든한 탄수화물로 녹이고 가라며 한껏 속을 열어 보이고 있었다. 지나갈 듯 무심하게 다가가 관심 없는 듯 슬쩍 살펴본 식당은 내가 원하는 겉모습의 조건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1. 너무 세련되지 않을 것
2. 너무 허름하지 않을 것


위 조건의 절대적 수치로 된 기준은 없다. 그냥 그 순간 나의 마음이 기준일뿐. 결국 '내 마음대로'라는 이야기다.


우리 엄마는 언제 어디서나 '58년 개띠'라는 다섯 글자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한 관용어구처럼 자주 사용하는데 언제 어디서나 뭔가 우리 엄마의 58년 개띠 친구의 느낌이 나는 어른들을 보면 그냥 다 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팟타이 식당에는 우리 엄마의 58년 개띠 친구일 것 같은 아주머니 아저씨가 앉아 그리고 서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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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으로 팟타이 주세요 하고 얌전하게 앉아 내 팟타이를 기다리는 내가 앉은 자리 벽에는 한글로 쓰인 인증서 한 장이 붙어있다. 나는 한국인인데 내가 한국인이라고 나 한국에서 인증서 받아왔어 조선호텔 알아?라고 말을 걸지 않는 우리 엄마의 58년 개띠 친구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더 마음에 들었다.(나를 다른 동북아시아인으로 생각했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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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야채를 손질하던 아주머니가 날 보며 웃는다. 그리고는 워터 아이스 프리프리 라며 내가 목 마를까 아이스박스와 물이 어디 있는지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신다. 어설픈 아이스박스에는 어설픈 펭귄이 그려져 있다. 이런 어설픈 펭귄이라니 벅차오르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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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치앙마이의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과 이것 저것 마음에 드는 상황 덕에 나른하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털레털레 회색 운동바지와 후드를 뒤집어 쓴, 손에는 이어폰과 함께 아이패드를 든 태국 남학생이 들어온다. 나는 가끔 몇몇 아이돌에게서 청량감과 비타민을 공급받는데, 내가 비타민 D쯤으로 여기는 E그룹의 D를 닮았다. 예상치 못하게 비타민 D로 심장을 어택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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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팟타이를 시켰다는 단 1의 이유로 기분이 좋고,
태국 비타민 D도 저녁으로 선택한 팟타이가 맛있다는 단 1의 이유로 기분이 좋다.


결국 별 이유 없이 그냥 다 좋다는 이야기.


http://www.podbbang.com/ch/9095?e=2164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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