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3
Ep003_애초에 전 맛과 건강 두마리 토끼를 잡고픈 마음이 1도 없었답니다
1월 시린 한국의 공기를 품고 태국 햇빛을 받으러 나는 갔다
Ep.003
치앙마이에서 나의 하루는 신생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하루 세 조각 중 적어도 한 조각은 자전거위에서 지낸다는 걸 제외한다면.
그렇게 자고 먹고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먹고 걷고 타고
세 번 반복된 '마시고'는 각 위치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커피 : 아침 허세, 과일주스 : 소진된 '진' 충전, 맥주 : 저녁 허세
중간 '마시고'를 위해 매일매일 다른 주스 가게를 찾았는데
그래 그날은 항간에 떠도는 지도를 믿고 이전에 갔다 온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장소, 꾼케주스바로 향했다.
그날도 수박주스 주십쇼. 했다. 허나, 건강을 주겠다는 강력한 글쓴이의 의도가 보이는 메뉴판은 내 마음을 살살 흔들고 만다. Miracle Smoothies Food라니. 종류도 가지가지, 효과도 가지각색. 혹할 단어들이 줄지어 자신의 성질을 뽐내고 있었다. Boost Energy 라니 Digestion라니 Hair care라니!!! 꼴랑 이 과일주스에?라는 의심을 품었지만 햇빛에 모든 진을 내어준 나는 Boost Energy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a조합을 선택한다. 바나나나 패션후르츠 코코넛이라는 다소 예상할 수 없는 조합에 불안하긴 했지만 인생은 도전! 여행도 도전! 아니겠어.(이 낯선 불안함은 먹는 건 안전! 마시는 것도 안전!이라는 또 다른 내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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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욕심은 1도 없던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건강이라는 왕뚱땡이 토끼를 쥐어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한 줄 요약. 수박주스 먹으려다가 조합 a를 먹으면 힘이 솟는다길래 근데 피가 거꾸로 솟음 니맛내맛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