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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Sep 06. 2019

데스 클리닝(death cleaning)을 생각하다


"물건을 봐도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거나 보관 위치를 알 수 없는 물건은 주변 사람들에게 계획을 알려 나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1주일에 한 번 있는 문화센터 글쓰기 수업에서 죽음을 가정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데스 클리닝(death cleaning)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어떻게 될까.

귀중품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물건이 남은 자들에게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입지도 않으면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옷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아까워서 혹은 귀찮아서 소유하고 있는 그릇,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냉동 칸의 오래된 음식,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였을 창고 안 물건, 부질없는 인간관계 등 각자 죽음을 앞두고 정리하고 싶은 물건을 말하는데 나는 몇 해 전에 동생으로부터 들었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니, 엄마 우울증인가 봐. 사진 찢으면서 훌쩍훌쩍 울고 있다. 시간 내서 빨리 내려와 봐."

동생이 예고도 없이 엄마 집에 방문한 시간, 홀로 사시던 엄마는 자신의 오래된 사진과 젊은 시절 사진을 찢으며 훌쩍이고 있었고,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행복했을 우리 오 남매 어렸을 적 사진, 졸업사진, 결혼사진, 가족사진, 평소 장식장 위에 놓고 수시로 보았을 손주들 사진까지 가져가라며 내어주었던 것.

데스 클리닝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필요성을 스스로 깨쳤던 엄마는 그렇게 사진 정리를 하셨다.


주말 밤, 친한 친구가 시모 상을 당해 경북 안동에 다녀왔다. 나와 같은 해에 막둥이를 낳은 친구가 일하느라 바빴기에 시골에서 올라와 친구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시던 시어머님은 순한 인상에 인품 좋고 건강하셨던 분인데 요양원에서 5년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누워 계시다 돌아가신 것.


낮에 단지 내 연못에서 아이들과 노는데 물 위에 떠있는 소금쟁이 주검이 마치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워 보인다. 몸의 구조가 단순해서 사는데도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 곤충은 썩을 것도 없으니 죽음도 깨끗했다. 데스 클리닝을 생각하자니 요즘 유행하는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고 살아가는 미니멀(minimal)한 삶과 더불어 내 몸을 소금쟁이처럼 가볍게 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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