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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Jan 27. 2020

10년 후 세상


  한 달 전 구매한 신차와 20년 전 구매했던 자동차의 성능 차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놀랍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는 것 같이 느끼는 것처럼 과학의 기술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무수히 쏟아져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요즘이다. 


  70년대 빨래하던 풍경을 떠올려 보면 퍽퍽해서 내 앞니도 깨뜨려 먹었던 펌프질로 힘겹게 물을 날라 가마솥에 붓고 끓인 후, 큰 대야에 가루 세제를 풀어 발로 밟거나 손으로 비비는 에벌 빨래를 하고, 대야에 빨래를 수북이 담아 꽁꽁 언 강가에서 헹굼 하던 모습이 스친다. 고무장갑도 없던 부모님 세대에는 그것도 맨손으로 했다. 그러니 빨래를 자주 할 수 없었다. 

  옷감이 귀해 아버지가 입던 런닝구가 행주가 되고, 행주가 다시 걸레가 되던 시절, 학교에서는 체벌이 흔했었고 교단 위에 한 사람씩 불려 나가 교복 치마를 입은 엉덩이에 회초리를 맞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간을 떠올리면 매서운 회초리의 아픔보다 모두의 엉덩이에서 밀가루 포대에서 밀가루 날리듯 뽀얗게 일어난 햇살 아래 무수히 떠다니던 먼지가 생각난다.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보급된 요즘 아이들 옷은 아무리 두들겨도 먼지 비슷한 것도 나오지 않으리라. 


  세탁기, 청소기, 가스레인지 등의 가전제품은 여자들을 고된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 줬고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출현은 인간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줬다. 산업현장에 자동화 기계와 컴퓨터가 보급되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간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지만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10년 후에는 가속화되는 노령화에 '인간 케어 로봇'이나 배변 처리나 목욕이 필요치 않을 '반려 동물 로봇' 정도의 출현이 예상된다. 그리고 분명 예상치 못했던 획기적인 제품도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전품이라고는 라디오와 세탁기만 있어 자연에서 뛰놀 수밖에 없었던 내 어린 시절이 좋았다. 더 이상 과학의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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