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꼭 나오는 주제가 있다. 바로 '이상형'
"넌 이상형이 뭐야?"라는 질문이 시작되면 메말라있던 연애세포도 저 심장 한 구석에서 둥둥 울림을 주며 '나 아직 여기에 있어!'라고 생존신고를 보내온다. 이상형을 상상하며 이야기만 나눌 뿐인데도 처음 이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해 친구들과 재잘대던 열여덟 무렵으로 돌아간 것처럼 들뜨고 난리도 아니다.
현실에는 존재하기 힘든 '이상'속의 인물에게 이렇게까지 설렘을 느낄 수 있다니. '이상'을 생각하다 보니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가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윤리 시간에 들었던 내용인데, 플라톤의 말에 따르면 '이데아'는 초감성적, 초현실적인 곳이며, 본질적인 것은 있지만 실재는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상형을 만나서 연애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라고 하는가 보다. 어쩌면 상상 속 이상형은 유니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는 '이상형'과의 만남을 가지고 싶어 한다. 각자의 세계 속에서 설정된 이상형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설마 이상형과의 만남이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당신의 세계 속 유니콘은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는 모두 살아온 삶이 다르다. 가치관도 다르고, 미적 기준도 다르다. 그렇기에 각자의 세계속 유니콘들은 대부분 다르게 생겼을 것이다. 확고하게 정해져 있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신기루마냥 또렷이 그 형체를 잡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서 전자로 점점 그 형체를 명확하게 잡아간 사람이다. 형체를 잡지 못했을 때의 내 연애는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상처를 받기도 했으며, 어설프게 만났다가 상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다.
그렇게 어설픈 몇 번의 연애를 하고서 느낀 점은 '나부터 제대로 알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어떤 부분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디에서 행복감을 얻는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내 자신을 잘 알지 못했다. 부모님께는 의젓한 딸, 친구들에게는 착하고 배려심 깊은 친구, 연인에게는 애교 있고 사랑스러운 애인이 되려고 노력했으나 나는 나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을까 생각하니 그다지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한 1년간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처음 해보는 경험들도 많이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보고, 나름의 도전도 꽤나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한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며, 포근한 니트 재질의 옷을 좋아한다. 머리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외우는 것은 싫어하고, 은근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은 하고 있다. 약속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향기 나는 것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 나와 재질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부담감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대 성향인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에너지 소모가 크다. 이렇게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니, 자연스레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행복해질지 알겠더라. 나는 나와 교집합이 큰 사람을 만나야 한다.
혹시 당신의 유니콘이 아직 흐릿하다면 나부터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 흥미를 느끼듯이,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과정이다. 나도 몰랐던 내가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나를 알기 시작하면서 내 자신이 소중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어디서 들은 말이지만, 내가 나로서 온전한 상태일 때 연애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두가 자신의 유니콘을 찾아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