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 Honnold
전문 암벽 등반가들도 3-5일이 걸린다는 세계에서 가장 험준한 화강암벽, 요세미티 엘 카피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다큐멘터리는 알렉스의 인생을 건 도전의 영상 기록이다.
작년에, 이 사람, 알렉스를 기사로 본 적이 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등반을 어디에선가 성공했다는 기사였다. 기사에는 사진 몇 장과 함께 그가 TED에서 강연하는 영상이 링크되어 있었고, 등반가답게 다부지고 간결한 생김새의 이 남자의 말에 몇 분간 귀 기울였던 것 같다. 등반하는 동안 공포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어떻게 머릿속에 시각적으로 루트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담담하게 얘기하는 남자의 모습은 '이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끊어지지 않을 로프를 몇 개나 동여 메도 마음이 동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남자는 로프를 하나도 메지 않은 채 장갑도 안 낀 맨 손으로, 보호대도 하지 않은 두 다리로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으니까.
날카롭고, 딱딱하고, 다듬어지지 않아 까칠하다. 아프다. 까마득하고 여기저기 긁혀 온몸의 아주 작은 근육 하나까지 아우성을 쳐댄다. 이제 그만하자고. 못하겠다고, 피곤하다고. 굳게 닫힌 사람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하는 것도 아닌데. 알렉스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 그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을 것이란 굳은 다짐 위에 같은 다짐을 새기며 그렇게 더 이상 머리 위로 장벽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생명을 걸고 버틴다.
알렉스의 이야기를 담은 FREE SOLO라는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태양의 높이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내는 웅장한 암벽의 모습도,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때문도 결코 아니었다. 영화는 짧은 시간 그의 어린 시절도 짚고 넘어간다. 그의 부모님과 여자 친구, 여럿의 전문 등반가 친구들까지 그가 살아가는 버거운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짚는다. 그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영화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알렉스의 어머니는 그녀의 남편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했다. 부부는 이혼했고, 알렉스의 아버지는 그다음 해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가 이 위험천만한 암벽등반을 하는 순간만이, 살아있음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 고백하듯, 그의 아버지는 그보다 먼저 여행을 사랑했다. 여행을 하지 않는 순간엔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증언에 알렉스가 겹쳐진다.
그가 매달린 철벽 같은 암벽이 점점 더 기괴하고 그가 의지하는 작은 틈새가 가시나무처럼 뾰족해질수록, 그것이 그저 암벽인지, 그의 마음인지 것도 아님 이미 볼 수도 열 수도 없는 아버지의 마음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에 착 가라앉았다. 그의 동기가 '고집'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는 여기서 끝이 났지만 이어질 그의 모든 순간엔 조금 더 웃음소리가 늦게까지 울리고, 따뜻한 온기가 항상 그 온도를 유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FREE SOLO 제작진이 물었다. 등반가로서의 삶은 어떠한지, 특히 그의 여자 친구에 대하여.
그녀는 그를 이해했고, 사랑했고, 닮아가고 싶어 했고, 배려했다. 그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의 말에 자신을 가두어 보려 시도했고 그녀를 그의 옆에 두었으니까. 딱 반반으로 같은 양의 사랑을 준비해 양측 모두 손해 없이 마음을 교환하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관계에서 그녀가 약자라는 것이 안타깝다. 그가 손에서 털어버리는 하얀 가루처럼 너무나 손쉽게 그녀도 날려 없어질까 봐, 그의 생명을 붙잡아주고 있는 안전장치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다시 한번 정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황폐한 절벽을 오르는 저 사람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와 당신,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