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al Apple Pie

가버나움

누군가는 이 영화를 이렇게 말했다.

by Katherine

영화는 흐트러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것 같은 머리 모양새마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소년,

자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어린 소년인데, 붙잡아 둘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는 두 팔목엔 수갑이 채워져 있다.

누구나 해결하고 싶지만, 그 누구도 아직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음을

소년의 얼굴을 통해 우린 직감한다.


12살인데, 이 세상에 자기를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겠다는 자인의 말은

더 이상 자인이 소년이 아님을 나타낸다. 그가 선 법정, 그리고 그가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이 더 작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자인은 이제 세상의 어두운 면을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그의 마음은 이미 세상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불행에 관한 포르노라 칭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쳤다.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현존하는 모든 우리들은 딱, 그 정도의 리액션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꾸고 싶은 세상의 어두운 면을 향해 손을 뻗고 싶어도 그 사이에 은하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어렵다. 마치 천국과 지옥이 닿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마음 안에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공존 하지만 섞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딱, 그 정도의 리액션만을 해왔을 뿐이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레바논을 배경으로 제작된 이 영화 속 주인공 자인의 삶이 정의 내리기 어려운 모든 이들이라 생각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글을 짓는 사람, 밥을 짓는 사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일들은 사실 이러한 좋은 마음들을 기반하였다.

이웃의 어려움을 목격하였을 때, 도움을 주저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 않음을, 인내하고 용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반복적으로 깨달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체념해 버리고 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자인의 웃는 얼굴을 보며 안도하고, 이 영화를 통해 설립된 가버나움 재단과 시리아 난민을 향해 반짝일 단기간의 관심을 가늠하며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또 발견할 뿐임에도 한 가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살아가게 할 진정한 힘은 생의 힘든 순간을 통해 온다는 진리이다. 언젠가는 없어지고, 변해버릴 세상의 것이 아닌 내 안에 존재하는 진정한 힘. 그 내면의 에너지는 생의 힘든 순간에 성장하고, 빛을 발한다.


그렇기에 자인은 결코 작고 연약하지 않다.

내가 속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고자 애쓰는 모든 사람들은 그렇기에 계속 도전할 수 있다.


감독은 자인의 삶을 통해 이런 가능성을 보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 어디에도 초록빛을 발견할 수 없는 회색빛 만연한 곳에서 더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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