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매를 입양할 때 생기는 일 X 엘리 와그너
Director: Sean Anders
Box office: 119.8 million USD
Production company: Paramount Pictures
Producers: Mark Wahlberg, Sean Anders, Stephen Levinson, David Womack, John Morris
엘리와 피트는 인테리어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부부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서로를 의지한 지 오래이고 함께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부자는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이 부부에게 문제가 있다면, 자녀를 낳기에 적정한 나이가 지났다는 것이었다. 부모 참관수업에 갔는데 본인들만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까봐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만약 아들을 낳는다면 함께 캐치볼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일이 생길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 부부는 이렇게 유머가 넘친다. 그들은 신실한 신앙인이었고 웃픈 상상을 하는 것만큼이나 꽤나 진지하게 '엄마', '아빠'가 되는 일에 금세 매료되곤 했다. 그러던 중 엘리는 '입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기관의 오리엔테이션 날 남편 피트와 함께 방문하게 된다.
사실, 어느 한 생명을 구원한다는 것. 그 생명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 있어준 다는 것. 이 것은, 정말로 매력적인 일이다. 다른 관념들을 모두 무시해버리고 '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손을 생각 없이 잡아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그것은 정말 내가 마법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할 것 만 같다.
내가 애써야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전부이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굴러가고 관리되어진다. 나 또한 그 세계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뿐, 평생 동안 내가 가진 힘을 다 쏟아부어도 선한 사이클을 일으키는 것은 어렵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만큼이나 언제나 남을 순수하게 도와주는 일에 쉽게 매료된다. 마치 엘리와 피트처럼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감추어진 본성이라 그렇다.
그렇게 이들은 마음이 가는 아이를 만나게 되길 소망하며 기관이 주최한 파티에 참여하게 된다. 등록되어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자 8주간의 교육을 이수한 가정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적응이 빠르기에 비교적 매칭이 쉬웠지만 십 대 청소년들은 생각이 자랐고 마음의 상처가 더 오래 지속되어 왔기에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파티가 다 끝나갈 때까지 친해진 아이가 없었던 부부는, 그곳에서조차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십 대 아이들 중, 그들의 마음을 유독 아프게 하는 '리지'를 만나게 된다. 태연하게 웃고 있는 그녀였지만 누구보다 외로워 보였고 관찰과 보호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부부의 눈엔 아픈 구석이 여기저기 보일 뿐이었다. 결국 여러 절차를 밟아 리지와 그녀의 어린 동생 '후안', '리타'까지 삼 남매와 함께 집에 돌아온 부부는 가정법원을 통해 정식 입양 승낙을 받기 전까지 함께 살게 된다.
가장 어린 여자아이 '리타'는 포테이토 칩만 먹겠다고 저녁마다 소리를 질러댔다. 엘리를 엄마로 생각하기보단 언니 리지를 더 의지했고 실제로 리지가 한동안은 동생들을 더 잘 컨트롤했다. 둘째 '후안'은 또다시 다른 가정으로 보내질까 봐 모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기계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실수하는 모습, 화난 모습, 짜증 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후안, 리타와는 달리 첫째 리지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도무지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감정의 틈이 없었다. 그녀의 눈엔, 진짜 엄마도 책임지는 것을 포기한 본인들을 생전 처음 보는 부부가 키워주고 사랑해준다는 것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중 하나였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고, 본인을 오픈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부부는 상처 받은 세 영혼에게 그들이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미안해야 했다. 그들의 사랑을 증명해야 했다. 그 오랜 여정 가운데 지치지 않아야 했으며 태어날 때부터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형성되는 끈끈한 관계를 얻기 위해 어쩌면 직접 아이를 출산하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법원이 허락한 시간이 다 지나갈 때쯤 감옥에서 출소한 생모가 아이들과 여러 번 재회하며, 5개월 넘게 한걸음 한걸음 쌓아온 신뢰의 관계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 입양 재판 당일날 다시 마약에 손을 대며 돌아오지 않은 생모에게 리지는 절망했다. 이제까지 엘리와 피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도 되는 그녀의 가장 큰 성벽이 남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생모가 출소 후에도 자신들을 책임지겠다는 결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은 그녀 자체를 무너지게 했다. 그녀가 세웠던 두꺼운 마음의 장벽은 허물어졌고 그녀가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속수무책의 상황속에서 당황하고 좌절했을 때 엘리와 피트는 '부모'로서 그녀의 옆을 지켰다. 단 한가지, 그녀가 의지하고 기대어주기만을 바라며 말이다.
영화는, 블라인드 사이드와는 또 다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부부는 지금도 세 남매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본인들이 도움을 받았던 입양 기관의 홍보를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다.
무겁게 생각한다면 한도 끝도 없이 깊어질 이야기지만, 감독은 절대 무겁게 영화를 촬영하지 않았다. 피트 역을 맡아 연기한 마크 월버그는 인터뷰에서 신앙과 가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세상의 문제를 본다는 마음이 아닌, 닫힌 마음을 풀어지게 한 이들의 사랑과 그 시간들을 짧게나마 듣고 보며, 나에게도 그런 사랑의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충분할 것 같다. '남'을 사랑하는 것과 '나'를 사랑하는 것은 상호적이다. 둘 중 한 가지라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상 둘 다를 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세상에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지만 나의 정체성과 존재를 탄탄히 해주는 진정한 사랑이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영화에서 첫째 '리지'역을 맡았던 배우가 부른 영화의 OST, I'll Stay https://youtu.be/oE282GqMbJ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