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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herine Apr 08. 2019

Please Stand By

Wendy sees things differently X  다코타 패닝

Director: Ben Lewin
Box office: 404,356 USD
Story by: Michael Golamco
49% : Metacritic
59% : Rotten Tomatoes
6.7/10 : IMDb


    딱히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그냥 나 혼자가 편한 날이 있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도 열에 한번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 시간의 비율이 80대 20이냐, 50대 50이냐의 차이일 뿐 영화를 보는 내내 웬디는 내 안의 한 단면이었다.


완벽한 웬디

    영화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웬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증후군으로 인해 웬디의 삶의 모양은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를 평범한 시각에서 보여준다. 직장인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만, 웬디는 일주일 동안 매일 입을 옷이 나름의 규칙을 따라 정해져 있다.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도 정해져 있고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 그리고 일하는 곳에서의 역할 등 그녀의 삶 속에 그녀가 정하고 암기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면 단 하나, 친언니와의 만남이다.


    웬디의 언니는 한 달에 한번 그녀를 방문한다. 얼마 전 태어난 딸 오드리와 살 수 있을 만큼 웬디가 안전한 사람인지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집에 가서 살 수 있다고, 살고 싶다고 말하는 웬디의 주장은 매번 신뢰를 얻지 못하고 없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는 웬디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기보다 지금 내가 힘들어서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소화하고 인정할 여유가 없다는 행동이니까.


처음으로 길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웬디.


    웬디는 본인이 유일하게 100% 수용하고 있는 스타트랙의 영화 대본 공모전에 도전한다. 427 페이지에 달하는 대본을 썼고 그것을 읽어본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우편으로 대본을 보내야 하는 당일날 언니의 방문이 이루어졌고, 결국 이런저런 상황에 의해 웬디는 우체국에 가지 못한다. 본인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과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본인을 학대하는 모습을 보이던 웬디는 그저 상황 안에서 괴로워하기보다 끝까지 직접 대본을 제출하기 위해 LA에 가기로 결정한다.   




    믿기지 않지만 동이 트는 시간을 일주일 동안 메모해놓았던 그녀는 그 시간에 일어나 도시락을 챙기고 평소엔 건너지 않던 신호등을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웬디에게는 당연한 사람들의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까, 가다가 버스에서 쫓겨난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소매치기를 당했고, 전재산과 아이팟을 빼앗겼다. 그녀는 새로운 환경과 시끄럽고 큰 소리에 불안을 느끼는데 그 여러 가지 일들을 겹쳐서 겪었음에도 웬디는 LA에 도착해 대본을 제출하는 데 성공한다. 평범한 일상적인 일들이 특별한 날엔 힘이 되는 법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그저 하던 걸 하면 된다. 웬디는 그 법칙을 잘 알고 있는 소녀였다.


이 사람들에게 돈과 아이팟을 빼앗기게 된다.


버스가 웬디를 버리고 갔다. 길 한복판에.


    혼자의 힘으로,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을 완수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수도 있는지 우리는 간과하며 안된다. 남의 힘듦을 항상 신경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 사람의 속도로 걸어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끌지 말아야 한다. 답답해하지 말아야 한다. 본인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게 여유와 시간을 허락하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을 믿어주고 할 수 있다고 포기하지 않은 웬디가 당선되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당선되길 바랐다.) 그녀의 언니와 함께 살며 조카 오드리를 안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세상에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단 하나도 없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길 바란다.

웬디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인정받았다.


    힘이 들 땐, 스탠바이를 되뇌면서.


https://youtu.be/mQImaBJcD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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