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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herine Apr 11. 2019

더 와이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비밀 X 글렌클로즈


IMDb 7.2/10
Rotten Tomatoes 85%
Metacritic 77%
Director Björn Runge
Screenplay Jane Anderson
Story by Meg Wolitzer
Awards Golden Globe Award for Best Actress – Motion Picture – Drama


명품 배우 '글렌클로즈'가 주인공 '조안 캐슬먼'을 연기한 영화, '더 와이프'를 꼭 추천하고 싶다.


아내 조안과 남편 조셉

    아내 '조안'은 젊은 시절, 본인이 존경하는 작가였던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평생에 걸쳐 뚝심 있게 실천하는데, 원작에서는 남편이 핀란드에서 주는 이름 없는 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 하는 것으로 나온다. 사람들이 남편 조셉의 뒷바라지를 완벽하게 해낸 조안을 ‘킹메이커’로 칭송하는 그 순간, 여태까지 잘 참아왔던 조안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남편과 이혼함으로 떠나려 하는데, 그 이유는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충격적인 비밀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두 사람

    사실, 진짜 작가는 조안이었다. 심한 강박증에 시달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조셉은 당시 '여성 작가'들이 무시되던 사회에서 어쩌다 교수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었지만 외도를 하다 만난 학생 조안은 '작가의 필력'을 타고난 여자였다. 

스웨덴 국왕과 대화를 나누는 조안

    조안의 선택을 이해할 순 없지만 그녀가 정말 대단한 여자라는 것은 확실하다. 크고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할 능력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조셉과는 달리 그녀는 조용히 그의 숨겨진 대필 작가가 되어 수십 년 동안 하루 8시간씩 글을 썼으며 모든 공로를 남편에게 돌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바람이라니. 

나대니얼과 대화하는 조안

    스스로를 더 확고하게 믿어주지 못한 조안과 결혼생활에 더 충실하지 못했던 조셉을 마주 앉혀놓고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다만, 사기행각과 같은 이 엄청난 관계는 또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한 꺼풀 시들해진다. 그녀는 조셉의 파렴치하고도 당당한 인생을 파헤치려는 '나대니얼'의 끈질긴 접근을 차단하면서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이유는, 철부지 남편으로 인해 받은 상처들이 작가로서 삶의 성찰을 도왔고, 아니, 결국 그녀가 승화시켜냈고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뢰감 있으면서도 어리석은 조셉을 잘 연기해낸 조나단 프라이

    영화는 '고통이 축복이다'라는 모순적인 삶의 진리 안에 '결혼 관계'의 모호함을 덧 입혀 글렌클로즈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2003년 출간된 원 작가에게 다양한 버전의 대본을 보내고, 오랜 시간을 들여 제작된 영화는 무려 14년간의 제작기간과 2년의 실 촬영 기간의 명성에 걸맞게 몰입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또한 조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애니 스털크'는 실제 글렌 클로즈의 딸로 끊김 없는 감정선을 이어받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글렌 클로즈의 실제 딸 애니 스털크

    매번 있어왔던 순간이었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조안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조셉은, 어이없게도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했던 것이 맞는지를 역으로 그녀에게 확인하며 심장마비로 죽는다. 스웨덴의 호텔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날 밤 말이다. 죽어가는 그를 바라보는 조안의 얼굴에 영화 내내 비추이지 않았던 조명이 비치며 표정은 비록 어둡지만 얼굴빛은 가장 밝은 순간이었다고 자신한다.

죽어가는 조셉을 바라보는 조안

    그녀는 정말로 나약한 인간 뒤에 숨어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이 파놓은 허술한 방공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평생 나오지 못한 조안처럼 살지 않길 바란다. 작품의 각색을 담당한 제인 앤더슨은 “이 영화를 통해 결혼이라는 중요한 관계를 위해 무엇을 타협하는가? 둘 사이에 비밀은 있을까? 아내들에게 결혼 생활을 위해 타협하는 부분들은 무엇일까? 남자들은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할까?"라는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묻고 싶었다고 하니,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관람방법이 될 것 이다.

작가인 아들과 조안, 조셉

    아무쪼록, 책 한 권을 읽은 것처럼 심도 있는 영화이니 현실에 치인 사람이라면 꼭 볼만한 영화인 것 같다. 그 누구도 승자일 수 없는 삶의 단면을 잘 포착했다. 감독이 공들여 '공중촬영'한 스톡홀름의 도시 전경을 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요소 중 하나이다. 눈이 오고 난 뒤 3시간 후에 촬영했다는 데 그 날이 그 겨울 유일하게 눈이 온 날이었단다.

아름답고 정교한 스톡홀름


https://youtu.be/uTHKSu-9x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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