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therine Mar 28. 2019

A Thousand times Goodnight

Erick Poppe / Juliette Binoche

레베카(줄리엣 비노쉬)의 시간은 사랑스러운 두 딸 스테프, 리사의 시간과 같지 않다. 엄마이자 아내이며 세계 최고의 종군 사진기자 이기 때문이다. 더블린의 아름다운 해변가에 보다 더 눈부신 집에 사는 단란한 가족이지만 푸릇푸릇한 자연마저도 덮지 못하고 미처 가리지 못한 틈새마다 불안이 잔재한다.


괜찮다, 안전하다 말했지만, 장담할 수 없는 곳이기에 남겨진 자들의 마음과 의식 속엔 언제나 상실로 인한 아픔과 고통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두려운 상황이 일어난 것과 진배없는 상황, 어떻게든 그 시간들을 견뎌보려 그들은 노력한다. 폭탄이 터져 화재가 난 곳에 매 년 잊지 않고 풀이 자라나듯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엄마’가 빠진 가족은 감정적 잔해가 난무한 순간에도 포근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 서로를 더 껴안는다. 해양생물학자인 남편은 세심한 아빠가 되고 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으려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이스탄불에 갔던 레베카가 폭탄 사고를 당해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자 가족들은 살아 돌아온 그녀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문제의 심각성,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슬픔의 무게를 체감하기 시작한다.


가식 없는 미소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을 듬뿍 담은 눈길을 주는 엄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카메라를 들곤 등을 보이는 그녀이기에 딸들은 혼란스럽다. 사랑한다면 곁에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백번도 넘게 고민하고 묻고 답하길 여러 번, 큰 딸 스테프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를 붙잡고 싶은 것일까. 누가 뭐래도 더 큰 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그녀의 발목을 고작 평범한 일상을 핑계로 잡고 싶은 자신이 파렴치하고 유치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이해해보기 위해, 케냐 난민캠프로 함께 떠나기로 한 모녀. 딸은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했나 보다. 안전한 곳이었고 날 선 곳이었다. 희생양이며 피해자인 사람들이 전쟁의 흔적을 여기저기 묻힌 채 곳곳에 가득했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그곳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한 약자였다. 믿을 수 없고, 또 믿기 싫게도 말이다. 세상의 불공평함과 비논리적인 이면을 목격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레베카를 조금 이해하고 존경할 수 있게 된 스테프, 이튿날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총성이 들리며 곧 쑥대밭이 될 것 같은 위협이 느껴지는데 달려 나오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소리의 근원으로 달려가는 엄마가 경악스럽고, 꼭 붙잡으려 하지만 그 순간의 엄마는 내 엄마가 아니었다. 딸의 존재가 막지 못하는 본능,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함께 위험에 뛰어드는 엄마. 자신을 보고 웃지 않는 엄마, 나와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엄마,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 내 손으로 잡고 말릴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엄마를 보며 스테프는 다시금 마음을 걸어버리고 만다.


그만둔다고 통보했지만 결국 곧 해체될 거란 말에 위험한 단체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레베카, 그녀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필요하듯이 세상 저 편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필요함을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온 가족들은 결국 또 한 번 상실의 시간을 견디며 마지막 굿나잇 인사를 한다. 끝이 될지도 모르는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며 레베카는 다시 위험천만한 나라의 한 복판으로 걸어 들어가 여자의 몸과 아이의 몸에 폭탄을 두르며 자살테러를 준비하는 포악한 단체의 중심부에 선다.


그녀는 가족의 품에 돌아갔을까? 이미 폐가 손상되어 예전 같지 않은 몸이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악랄한 세상-그녀 안에 존재하는 분노를 정당하게 풀 수 있는-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발하는 일. 이 일은 정말 가족을 뒤로하고 목숨을 저버리기까지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었을까?


세상의 불공평함을 고발하는 것, 그녀는 세상의 한 편을 이용해 그녀 삶에 존재했던 과거의 불공평한 어느 순간을 계속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