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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드는 사람 지민규 Jul 11. 2020

난 나에게 편지를 써

첫 번째 떠드는 글

나는 나를 잘 보살피며 살고 있나? 나는 나를 좀 우울한 사람으로 여긴다. 세상에는 굳이 행복할 이유보다 우울할 이유가 훨씬 많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지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우울에 잠식되지 않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우울만 유지하며 살고자 애쓰고 있다. 잘 되지도 않는, 잘 느끼지도 못하는 행복을 추구하며 자주 좌절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전략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20대를 보내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 문득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참 별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는 것이 슬픈 생의 본질인데 뭘 유별나게 행복을 추구하나 싶었다.


그렇게 적당히 우울하게 살자는 방식을 선택하고 나는 오히려 평화로워졌다. 여전히 기분은 어느 정도 좋지 않은, 어느 정도 불안한 그 정도를 유지하며 살고 있지만, 어떤 감정의 폭동도 없이 펑펑 쏟는 눈물도 없이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오늘같이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무는 날에는 문득 서러운 생각이 들어온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지, 이대로 계속 가도 좋을지, 너무 속상한 건 아닌지, 너무 외로운 건 아닌지. 글로 쓰기는 낯부끄러운 말이지만, 내 인생은 나에게 너무 절절해. 나는 나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이럴 때면 나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그간 별일 없었는지, 슬픈 일은 얼마나 있어서 얼마큼 위로가 필요한지, 또 가끔이었겠지만 좋은 일은 언제 있었고, 그때 충분히 기뻐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뭔지, 어떤 꿈이 아직 있는지, 잘해볼 마음의 여유가 지금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 것들.


이렇게 나에게 안부를 묻다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 척 지나갔던 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덜 외롭고 덜 괴로울 수 있게, 가끔은 무언가를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적당한 의욕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들은 도무지 내가 아니라서
내가 어떻게 슬픈지,
얼마만큼 괴로운지 다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이니까 다들 자신을 잘 안다고, 혹은 잘 알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마음 깊이에 서럽게 쌓이는 거기 있는지도 몰랐는데 존재하는 그런 슬픔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미처 챙기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나를 우울한 사람으로 여기는 적당히 별난 사람이니까 나에게 편지 쓰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실행에도 옮기고 있지만, 꼭 나같이 별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나와 너무 다른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나와 너무 달라서 미운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내 가족, 친구, 연인.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도 사실은 나와 너무 다른 타인들이라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줄 수가 없다. 나의 슬픔에 공감해주더라도, 그들은 도무지 내가 아니라서 내가 어떻게 슬픈지, 얼마만큼 괴로운지 다 알 수가 없다.


결국 살아가는 동안 나를 계속 헤아려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 사람이 없고, 나만큼 나의 슬픔을 잘 다독여줄 사람도 없으니까.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삶이 너무 괴롭게 느껴질 때,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줘 가눌 길 없이 외로울 때, 그럴 때는 나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것이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며 사 온 엽서나 언젠가 보러 간 전시에서 마음에 들어 사 두었던 그림엽서에도 좋다. 아니면 평소 끄적이는 다이어리에도 좋고, 매일 끼고 다니는 스마트폰 속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도 좋다.


조금 어색할지라도 나를 나와 분리해 나에게 편지를 쓰다 보면, 그렇게 나의 안부를 묻고 나의 안녕을 바라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나를 북돋고 있다는 사실에 외로웠던 마음이 조금은 훈훈해질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버겁고 괴로운 삶에 다시 뛰어들어, 한번, 다시 해볼 기운을 얻게 될 것이다.


엽서의 빈 공간을 채워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언젠가 마음을 잡아 자신에게 편지 쓰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Photo by Alli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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