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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드는 사람 지민규 Jul 18. 2020

주말 밤 지는 별에 하는 다짐

두 번째 떠드는 글

Photo by Daisy S from Unsplash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낮보다는 밤이 훨씬 친근하다. 해보다는 달이, 구름보다는 별이 더 내 친구 같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할 일 없이 온전히 밤과 함께할 수 있는 주말의 밤은 잃어버릴 수 없다. 짧은 주말 사이에 밤낮이 바뀌어 버려 매주 월요일이 항상 괴롭지만, 일주일에 두 번 주어지는 오롯한 밤을 월요일에 덜 괴롭자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같이 평소보다 밤이 조금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괜히 스탠드 조명도 하나 켜고, 별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조용히 다짐을 해본다. 이 사람 저 사람 다짐 다 들어주느라 별도 고생스럽겠다 싶지만, 그래도 이런 날은 어쩔 수 없이 빚지는 심정으로 별에 다짐한다. 내가 내 삶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적당히 내 진심을 구기며 가식적으로 살지 않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산 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내가 더 사랑한다는 걸 들킬까 봐 불안해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나를 사랑해주는 너의 진심을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으면 좋겠어. 더 사랑해 달라는 말을 헤어지자는 말로 대신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리웠던 사람에게 부끄러운 마음 없이, 너는 내가 그립지 않았을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 없이 아주 그리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닿을 수 없는 사람을 좋아할 때는 날 알아주길 바라는 욕심 없이 조건 없는 마음으로 순수할 수 있으면 좋겠어.


싫으면서 싫지 않은 척 나를 속이며 웃음 짓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다들 그런다는 이유로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실은 질투하고 있으면서 부럽지 않은 척 네가 가진 걸, 네가 이룬 걸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나보다 더 노력해 네가 얻은 성취를 그저 운이 좋았던 것으로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


거짓이었던 것들은 사실 거짓이었다고 이제라도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모든 것에 진실했기 때문에 나의 거짓이 탄로 날까 봐 잠 못 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내 마음속에서 나도 모르게 뱉은 말에 내가 흠칫 놀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누구에게나 내 마음은 이런 것이에요 하고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


별빛 하나 없이 어두움만이 짙을 때도 나의 진심은 조용히 빛났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하는 말, 내가 쓰는 글에는 정말 내 진심만 담겼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새 다 져버린 별 뒤에 찾아오고 있는 아침 하늘을 커튼으로 외면하며 잠자리에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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