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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럭시편지 Oct 22. 2018

번민하는 우리#3

위계적인 한국조직에서 팀장되기 

"위계적인 한국조직에서 팀장되기"라는 주제로 글을 시작한건

노동과 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구체적인 상관관계를 알고 싶어서였다.

뭔가 열심히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할때, 원활하게 일을 처리해 나갈때

그 열심이 더욱 강할 수록 집으로 돌아오면 참 허무하고 우울하다.

집에 와서도 요리도 하고 내 삶을 가꾸면서도 

하나 하나가 즐겁기 보다는 하루를 잘 보내야지 하는 

힘이 잔뜩 들어간 과정들을 차곡 차곡 밟아가는 기분.


강박적인 상태로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

일 중독의 경계에서 인터넷 검색창에 몸의 이상에 따른 질병을 검색해보거나

일상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없는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어떤면에서는 가장 업무에 몰두하는 순간, 최대치의 '죽은노동'을 경험한다. 

더구나 괴로운 건, 노동과 일이 내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전복시킬 때이다.

정치나 알력싸움보다는 대화가, 권위나 압력보다는 소통이 

성과나 속도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일을 하면서는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조직 내의 결정이 합리적인 이유로만 

정해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달리고 있다고 

느낄때 가장 큰 모순을 마주한다.

"무엇을 위해 골몰하고 고민하는가."


위계적인 한국조직에서 일하는 나는 무엇을 이유로 힘이 들까? 

앞전의 글 <가부장제닮은조직문화#1> <칼퇴근이어려운 이유#2>로 정리하기도 했지만.

무엇 때문에 힘든가?라는 질문이 새삼스러울 만큼

앞서 언급한 '위계적인 한국조직'이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위계적인 한국조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와 구조의 관계 속에서 복잡미묘하게 만들어 내는 

'노동소외'의 양상은 개인에게 구조보다 더 큰 괴로움을 준다.


다시 말해, 

나이, 경험, 경력, 전문가절대주의 같은 위계적인 한국조직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 혹은 장시간 인정노동을 통한 

칼퇴근이 어려운 '구조'는 개인을 힘들게 한다.


그런데, 더 힘든 건

실제로는 나이권위나 경험환원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 '야근 저녁 시키실 분?' 혹은 먼저 퇴근하는 팀원, 동료를 

미워하는 스스로의 못난 모습이 더 자신을 괴롭힌다.


이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모두 괴롭다'

하는 말로 퉁치기에는 객관적인 구조와 그 구조를 양산하는 나 사이에 

우리는 엄청난 번민에 빠진다.


나의 노동경험에 있어 그 번민은 

팀장이라는 역할속에서 더욱 모순적인 면을 증폭시켰다.

다른 어떤 때보다도 사업에 집중하지만

누군가를 관리하고 목표를 향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힘듦.

이러한 힘듦은 구조가 한번, 내가 한번.

내가 한번, 관계가 또 한번의 주고받음 속에서 

복잡해져간다.


그렇다고, 구조나 위계가 가진 절대적인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흐리고 싶지는 않다. 

이를테면, 압박감속에서 누구가를 관리하고 목표를 향해야 하는 

노동환경은 나라는 노동자가 놓여진 객관적인 토대이다.

또한 위계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고 한국의 노동조직들은 폭넓게 비합리적이며

조직의 비합리성은 소수의 일중독과 다수의 일못을 양산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절대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소외의 양산을 나 스스로 내면화하고 

재생산하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금노동시장에서 집단 노동을 할 것이고,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임금노동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려면 이 번민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소할 것인가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조직에 있다.

그러나 더 나은 노동을 고민할 수 있게 

그 속에 있는 나는 좀 더 깨어 있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일방적인 구조의 피해자이거나 

또는 구조가 설정한 중간관리자로써의 방관자이거나

혹은 번민하는 개인으로만 남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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