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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되어서야 블록체인에 입문했다.

by Innobanker
유치원생도 아는 코인 안해본 (과거의) 은행원 (A.K.A. 우물안 개구리)

2022년에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제는 유치원생도 '코인'이 뭔지 알 거다. 온 국민이 코인 판에 뛰어든 게 이미 2020년 그러니까 2년 전이다. 그런데 33세인 나는 왜 지금까지 온 국민이 아는 코인에 돈이라도 한 번 넣어 볼 생각을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은행에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증권사, 은행 등등.. 공기업도 사기업도 아닌 애매한 공적 기관에 속해 있었으니까. 업무 시간 중에 주식부터 코인까지 자본시장법과 회사 내규에서 대놓고 "하지 말라"는 아니어도 되도록 "하지 말았으면 한다" 고 연일 경고성의 공지들을 날렸으니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난 "본사에서 적당히 이대로만 하면 조만간 과장 승진이 가능한" 2년차 대리였으니까. 심지어 내부에서는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작년 부터였을 거다. 은행에서 하지 말라는 모든 걸 겁내고 있는 내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지기 시작한 때가. 감사부를 통해서 물어봤다. 주식 투자 가능한 한도가 얼마 까지인지, 계좌는 몇 개 개설 가능한지. 그리고 (여전히 쫄보라) 남편 명의로 주식부터 시작했다. 평생 해본 적 없는 실전 투자였지만 나름대로 대학교 때 투자동아리도 했었는데 설마 잃겠어, 했는데 첫 투자가 쿠팡 이었다. 그것도 나스닥에 상장하자 마자 들어갔다. (바보...)


그 때 굉장히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분명 IB 투자 과정을 달달 외우고 CFA 시험까지 본 나였는데, 신규 상장시 보호예수 물량과 여러 악재가 겹쳐 오기를 기다렸다가 매수해야 한다는 걸 왜 간과했는지. 심지어 valuation도 내 손으로 해본 사람이 주식은 PER 와 같은 지표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다. 너무 늦었지만, 그걸 시작으로 이런 저런 주식을 조금 더 샀다. 생각해 보면 남편 명의로 할 필요도 없었다. 본사에 있을 땐 내 이름으로 주식 1계좌에 5천만원 까지는 괜찮은 거였는데도, 혹시 걸리면 승진에 안 좋을까봐. 그렇게 쫄보는 계속 쫄보였다. 이미 남편 명의로 시작해 버려서 지금도 남편 MTS 아이디로 내 폰에서 거래를 한다. 지금 들어가 있는 1천만원 정도의 투자금만 회수하면, 이제 내 명의로 전부 돌릴 예정이다.


지금은 코인 투자 외에는 거의 다 하는 것 같다. 국내 주식, 미국 주식, 공모주, 비상장 주식, 골드리슈, 음악 저작권 투자, DEFI 등등.. 여기 저기 뿌려 놓고 공부 중이다. 확실히 내 돈이 들어가야 제대로 배우는 것 같다. 우리사주에 들어간 돈이 가장 골칫덩어리 였는데, 최대한 금리가 인상된 후에 매도하고 싶어서 퇴직 후에도 인출하지 않고 쟁여두고 있다.

은행원 월급이 현금 반, 기타 반으로 들어오는 것도 한몫 했다. 연봉으로 보면 굉장히 높은데, 실수령액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월급에서 전세대출 이자와 통신료, 교통비, 식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퇴사를 하고 받은 퇴직금이 내 월급에 비해 많이 쌓인 걸 보니 알 것 같다. 내가 저 돈을 다 현금으로 받았으면 다 쓰고 없겠구나.


은행 지점에 6년 본점에 2년을 있었는데, 6년간 주변 사람들에게는 항상 카드나 펀드 등을 가입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지금은 후배가 해달라고 하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해 주겠지만) 손님은 다양하고 일은 너무 정신없어서 뭔가를 해볼 생각을 할 겨를 자체가 없었다. 민원 고객이라도 한 명 왔다 하면 그 날은 회식을 가서 술로 달래거나, 집에 와서 펑펑 우는 날이었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블록체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난 대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었고, 입학하자 마자 들어간 재즈밴드 에서는 신기하게도 누구 하나 블록체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블록체인 개념이 금융과 관련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투자학회 에서도 블록체인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딱 한 분 빼고)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은행에 입사하던 2014년에 이미 토스와 같은 핀테크 회사들이 설립되었는데 그 때 나랑 동기들은 "은행이 여자에게 최고의 직장"이라는 말에 세뇌되어 소개팅을 열심히 하고 다녔던 것 같다. 투자동아리 창립 멤버 선배님이 2017년에 해 주신 블록체인 관련 강의를 듣고서도 난 그게 이 세상에 어떤 파급력을 불러오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내가 부족했다. 거의 8년간 은행에서 눈 가리고 귀 가리고, 은행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하고 살았던 거다. 개인적으로 삶이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내가 정말 부족했다. 외부 세상에 눈을 뜨고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는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2018년 남편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걸로 기억한다. 가까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어떤 일인지 궁금해서 (미래의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혹시 망하지는 않을지)도 찾아보고 옆에서 일 얘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들으면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9년 나는 본사를 가기 위해 사내벤처에 입상했고 결국 본사를 가게 되었다. 린스타트업을 간접적으로 찔끔 경험해 보고 본사에 가서 뱅킹 앱과 웹을 기획하고 운영하던 2020년에 코로나가 터졌고, 핀테크 회사들이 연이어 IPO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있던 부서에서도 핀테크 따라잡기가 메인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일을 계속 하면서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봤지만, 은행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 은행업 라이센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 때부터 회사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리서치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 즈음, 앞서나간 사람들은 이미 은행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지금은 대기업) 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퇴사하던 때에는 지점 축소와 퇴사가 거의 정점을 찍을 때였던 것 같다.

왜 2022년이 되어서야 블록체인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나?

2021년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21년 초에 결혼을 하고, 운전면허를 따고, CFA 레벨 2 시험을 보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리고 있었던 나였다. 남들이 20대 초반에 따는 운전면허를 무려 2년간 질질 끌다가 겨우 따고, CFA도 미련을 놓지 못해서 5년 넘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 때 이미 주식과 코인 투자로 몇십 억을 벌어서 퇴사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미 늦었고, 그 동안 쭉 달리느라 너무 지쳐서, 나는 별 일 없으면 아기를 가지고 육아휴직을 오래 오래 쓰며 쉬면서 블로그나 스마트 스토어 등을 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정말 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본사나 해외 가려고 봤던) CFA 레벨 2 시험에서 무참하게 떨어졌고, 많은 대화 끝에 당장은 우리 부부가 아기를 갖기는 이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거다. 그렇게 또 즐겁게 놀다가 2021년 가을 즈음 남편을 통해서 (또 ㅋㅋ 중요한 인물임.) 해시드 김서준 대표의 존재, 디파이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유투브에서 김서준 대표 인터뷰를 보고 '아 이건 무조건 배워야 겠구나!' 하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똑똑하고 괜찮은 사람들은 다 스타트업에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때 즈음 스타트업에 이직원서도 넣기 시작했고, 테크사이트 (IT 트렌드 스터디) 도 시작하게 되었다. 사내 투자동아리를 하면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대학 때 꿈이었으나 이제는 되기 싫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닌 이상 CFA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난 은행에서 보라는 자격증을 더 이상 따기 싫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3개월만에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고, 블록체인과 SaaS, BaaS, 클라우드와 AI, 메타버스 등에 대한 공부를 개인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된 회사에서 일할 게 아니면 전혀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직 원서 넣을 때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기업에 안 넣을 수가 없더라. 금융하고 가장 관련이 높은 미래 먹거리라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생각보다 내가 금융을 알아서 유리한 점이 많아서, 서류도 붙고 면접도 갔었다. 결론은 아직 내가 따라잡아야 할 내용이 한참 더 많아서, 지금 당장 일할 수조차 없다는 거였다.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는 수준의 지식이 이미 14년치 쌓여 있다. 새로 온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이나 가상자산 업계는 아니지만,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하다. 기존 금융의 painpoint를 풀어가는 곳이다.


2022년에 처음 블록체인 입문한 사람이 블록체인 공부하는 방법

우선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뭔지 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해시넷을 알게 되었고, 해시넷에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스터디에서 멤버 분들과 함께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Blockchain Wiki를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 백서는 읽어 봤는데 도저히 100% 이해하기는 어려워서 <사토시의 서> 처럼 설명되어 있는 2차 자료나 브런치 등을 주로 참고한다. 현직자 분들이 많이 들어오는 텔레그램 방, 디스코드, 이제 한물 간 클럽하우스도 종종 들어가서 보곤 한다. 1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블록체인 이지만, 약 세 달 만에 나는 Defi 투자도 해보고, NFT 발행도 해보고, 비트코인 백서도 읽어 봤다. 블록체인이 뭔지 비트코인이 뭔지 정도는 초등학생 한테도 이해가 되게 설명해 줄 수 있다.


크립토 관련으로 가장 핫한 '힙크비' 라는 모임을 알게 되어서 가입했더니 남편도 이미 가입이 되어 있었다. (내가 카톡방에서 아무 말도 안하는 이유) 현직자가 많은 모임에 들어가 있는 게 아무래도 가장 최신 정보가 많은 것 같다. 당분간 이직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어서 주로 개인적으로 부수입 창출이 될만한 것과 내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 위주로 참고하고 있다. 힙크비 모임과 내가 리딩하는 스터디의 갭은 매우 크다. 나는 주로 내가 리딩하는 스터디에서 기초 개념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는 분이 들어오시면 가이드해 드리고, 힙크비 카톡방에 올라오는 내용들을 조금 느리더라도 하나하나 읽어보며 따라가고 있다. 스터디에서 예전의 나처럼 막막해 하시는 분들을 도와드리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힙크비에서 앞서나가는 현직자 분들 (주로 지니어스 분들이 많으신) 에게 뇌 충격을 받으며 양쪽으로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뭔데?

블록체인은, 결국 기술적으로 보완되면서 중앙화된 금융을 더욱 기술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 나갈 탈중앙화의 패러다임이다. 그리고 요즘에 드는 생각은, 정부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새로운 회사의 유형이 생겨나는 등 더 새롭고 더 큰 경제와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가치도 처음 생겨났을 때처럼 떨어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계속 따라갈 생각이다. 언제든지 내가 하는 일, 투자,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아직 코인 투자 경험이 전무한데 단기적으로는 초기 코인 프로젝트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서, 천만 원 정도 투자하고 엑싯하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블록체인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가치를 구현해 보고 싶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던 내가 트렌드를 따라잡는 과정을 글로 적어서 유료화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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