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부터 가져온 의문이 하나 있다.
행복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돈을 많이 벌고 많이 가진 사람들 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을 쓰지 않고 소박한 생활을 하고(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러면서 존경을 받는다.
쓰지도 않을 돈을 왜 많이 버는가? 그리고 충분히 많이 가진 다음에도 왜 계속 돈을 버는가?
그동안 여러 책들을 읽고 내린 결론은
돈=불안을 달래는 수단
돈=성취, 능력 증명
돈=명예, 명성
돈=시간과 자유를 살 수 있는 만능 티켓
이제 돈은 그만 벌고 다른 일(본인이 좋아하는 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는게 본인들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왜 그들은 자신의 주장대로 살지 않는가? 돈이 중요하지 않다면서 왜 여전히 돈벌이에 매여 있을까?
약간은 정리가 됐다.
돈벌이를 초월해서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돈에 대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겠지만 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돈벌이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사람들이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는 일이 돈 버는 일이기 때문에 여전히 돈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결국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들의 진짜 신념(또는 가장 근간이 되는 신념)은 아닌 것이다. '돈은 중요하다'가 그들의 신념이다.
아니면 그들 역시 말하는 대로 살 용기가 없거나.. 진실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또 하나,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 왠지 저항감이 들었던 말들이 있다.
무한대로 가질 수 있다.
다다익선이다.
한계를 정하지 마라.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틀린 말이다.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맞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꿈꾸는 대로 가질 수 있다(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하지만 모두에게 맞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것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모든 것은 기회비용이 있다. 시간의 유한성을 생각한다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주어야 한다.
도미니크 로로 말대로 변화는 곧 포기다.
변화한다는 것은 다른 하나를 위해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돈은 권력이자 힘이다. 예전에는 돈이 많아도 존경받지 못했다. 오히려 청빈한 사람이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수성가하고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오늘날, 돈은 곧 명예이고 불멸(영생)이다. 스스로 돈을 많이 벌면 절제력, 자기통제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 받고 우리가 본능적으로(원초적으로) 간절히 바라는 '불멸'을 얻는다. 즉, 잊혀지지 않는 이름을 얻는다.
하지만 (식상한 말이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 비례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과거 권력자들이 반드시 행복했던 것은 아닌 것처럼.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그러니 '무한계 인간'이나 '다다익선'이라는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결국 얼마나 필요한지는 본인이 정해야 한다. 나에게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는 나만이 안다. 그리고 필요한 돈을 번 후에 돈벌이에서 아예 떠나고 더 이상 돈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저 조용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