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퇴 이후를 자주 생각합니다.
제가 딱 서른살 때 든 연금저축이 있어요. 10년 납입이고 한달에 10만원씩 내는 연금이었는데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합니다. 확정이율이 5%니 지금 기준으로는 엄청난 고금리 상품이죠.
한 10년전부터 이 연금을 해약하면 얼마를 환급해준다는 우편물이 꾸준히 날아 왔습니다. 보험사에 역마진을 안겨주고 있다는 뜻이죠. 저는 해약할 생각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도 않았어요.
오늘 연금 이야기를 꺼내는 건...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정말 빨라요. 이 연금을 들 때 저는 막 서른 살이었기 때문에 '60세'라는 건 까마득한 먼 훗날로 여겨졌습니다. 아니,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먼 미래처럼 느껴졌죠. 아무 것도 안하기는 뭐하니까 그냥 10만원 없는 셈치고 10년쯤 부어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요.. 그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60세가 이제 불과 10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겁니다. 그동안 아이도 둘 생기고 나름 열심히 살긴 했죠. 하지만 돌아보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20년이 흘러갔습니다.
남편에게도 연금이 2건 있습니다. 하나는 26살, 막 회사에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들게 한 연금이에요. S 그룹에 다니시는 분들은 다 아실 텐데요. 회사에서 절반을 내주고 직원들이 절반을 부담합니다. 남편은 벌써 예전에 이직했지만 이 연금은 회사부담금까지 포함해서 계속 납입해 왔어요.
제 기억으로는 55세부터 80~90만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미래의 물가수준을 고려한 가치로 그렇다는데.. 많이 의심스럽긴 합니다).
이것 외에 10년 전에 모 화재보험 회사의 연금저축에도 가입했는데 이건 나중에 들어서 큰 의미는 없어요. 연말정산 때 공제받으려는 목적이 컸으니까요. 20년간 매달 몇십만원 정도 받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보험 약관을 다 한국에 두고 와서 확인할 수가 없네요)
확실한 건, 60세에 저는 보험회사로부터 1200만원을 축하금으로, 그것도 일시금으로 받게 된다는 거에요. 내가 낸 돈 받는 거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마치 서른 살의 내가 '그동안 사느라 애썼다', '잘 살았다'고 말하며 스스로 등 두드려주는 것 같은 느낌? 이 돈 받으면 뭐 할거냐고요? ㅎㅎ 당연히 한 푼도 남김없이 다 여행에 쓸 거에요.
몇가지 드는 생각.
1) 세월은 빠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청년이 중년되는 건 정말 순삭이다.
2) 연금은 절대로 많이 들 필요 없다(인플레 생각하면).
하지만 약간의 연금은 몇십년 후에 나에게 주는 즐거운 선물이 된다.
3) 무질서한 세상 같지만 그 울타리 안에서 그래도 이런 저런 도움을 받고 산다. 세상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