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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Feb 15. 2020

초라하지만 소중한 청춘의 풍경, 「프란시스 하」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이자 신예 영화 감독인 그레타 거윅(Gretta Gerwig) 영화를 연이어 보았다. 하나는 연인 노아 바움백과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배우로서 출연한 「프란시스 하」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레이디 버드」다.


그레타 거윅은 미국 멈블코어(일상을 소재로 한 인디 영화) 영화계에서 가장 메이저한 인지도를 가진 배우라고 한다. 인상도 선하고 연기도 잘하는데, 처음으로 감독한 영화  「레이디 버드」가 평단에서 크게 호평을 받고 2017년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까지 받았다.


영화 <프란시스 하>


나는 일상을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 우디 앨런의 영화도 좋아하고(많이 보진 않았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같은 영화도 좋아한다. 당연히 이 영화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프란시스 하'는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연습생 신세를 전전하고 있는 27세 뉴요커 여성이 주인공이다. 절친 룸메이트가 독립하고 새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그녀는 머물 곳이 없어 지인들의 아파트를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멀쩡하게 대학도 나오고 노력도 많이 하지만 그녀의 벌이로는 방 한 칸의 월세도 내지 못한다. 그녀가 사는 브루클린 아파트의 방 한 칸 월세가 900~1000달러이니 한국 돈으로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셈이다.


영화 <프란시스 하>



이 영화에는 거리, 길(street)이 많이 나온다. 장면 전환을 할 때마다 뉴욕의 거리를 비춰주는데, 이 때문에 큰 내용이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고 청춘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날 뉴욕 브루클린 젊은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생각, 연애를 간접 경험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았다.


월세 낼 돈도 부족하고 일거리도 안정적이지 않으면서 뜻하지 않은 세금 환급금을 받자마자 뛸 듯 기뻐하며 지인과 저녁식사 약속을 잡고, 돈도 없으면서 충동적으로 파리 여행을 지르는 프란시스의 모습에 공감이 갔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짠했다. 품은 뜻은 크지만 현실은 초라한.. 어느덧 20대 중반을 넘어가는.. 27세(영화에서 많은 나이라고 지적 당하는). 20대에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일어서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그녀와 모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의 초라함을 느끼고 있는 20대 젊은이들이나 그 나이대를 힘들게 지나온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하던 무용수 자리는 아니지만 무용단의 사무직 일자리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안무를 짜면서 그녀는 잠시 휘청거렸던 삶의 중심을 잡아간다.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영화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프란시스가 우편함에 자신의 이름이 적은 종이를 끼워 넣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프란시스의 이름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프란시스 하'라고 쓰여 있다. 그녀는 앞으로 남은 공백을 채워 자신의 나머지 이름을 완성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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