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촛불아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재형 딴짓마스터 Mar 12. 2017

이처럼 아름다운 촛불이 또 있을까?

오스트리아에서 느낀 감동을 광화문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여행할 때였다. 눈앞에 소수의 시위대가 등장했다. 주제는 환경 문제 같았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들이 시위대를 보호하며 함께 행진하는 풍경은 자못 흥미로웠다. ‘경찰과 시위대’라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무너진 현장은 그저 부럽기만 했다. 한순간 멍해졌다. 과장을 더하자면 꿈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좀처럼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두 달 전,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물대포가 발사됐다. 2011년 11월은 한미 FTA 국회 비준이 있었던 때다. 경찰의 물대포는 이후에도 수차례 등장했다. 하나하나 예를 들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랬던 한국이기에 당분간 평화로운 집회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노트북, 카메라 들고 광화문으로
 

2016년 10월 29일, 이날도 서울 종로구 세종로 1-68번지에 촛불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광장에 왔을까. 광장의 목소리와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50만, 100만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숫자놀음도 궁금했다. 어느 정도의 공감과 결속을 이끌어낼까. 얼마나 강한 힘으로 나타날까. 그런데 얄궃게도 당직만 걸리면 토요일이었다. 차일피일하다 ‘100만 촛불’을 처음 달성한 11월 12일이 돼서야 광장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날도 당직이었다. 업무를 하다가 그냥 노트북을 가방에 챙기고 카메라를 둘러맸다. 현장을 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남은 업무는 근처 카페에서 하면 되겠지'하면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통제돼 서대문역에 내려 걸어갔다.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차도를 걸었다. 점점 커지는 광장의 소리. 수많은 깃발이 보였고 비로소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상상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인파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한순간 시선이 멈췄다.


아이들이었다.


11월 12일, 광화문광장 서편에서 한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들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즐겁게 노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생소한 공간에서 느꼈을 '긴장감'도 존재했다.

촛불을 든 아이들. 북소리와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지자 긴장한 꼬마, 어리둥절한 소년, 촛불이 꺼질까 봐 집중하며 바라보는 아이들, 구호에 맞춰 하늘 높이 촛불을 드는 소녀까지. 더없이 평화로웠고 더없이 이질적이기도 했다. 엄마 아빠 손잡고 나온 어린이들의 집회라니.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잊게 하는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일종의 특이점이자 변수였으며,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느낀 부러움이 눈앞에서 엿보인 순간이었다.


그날부터 내 카메라는 아이들을 향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