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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42.195km를 완주했다.

[나의 이야기]

by Changers
생애 첫 42.195km를 완주했다.
내겐 쉽지 않았던 그 여정을 이야기해본다.


내게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은 아주 먼 이야기였다.

하프만 뛰어도 엄청 힘든데 풀코스를 뛴다는 말인가.

2시간도 힘든데, 사람이 어떻게 4시간 넘게 뛸 수 있는가.

내 머리 속 깊숙이 자리잡은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으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첫 하프를 뛰어 본 이후로 준비없이 무모한 도전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그래서 풀코스는 최소한의 준비라도 한 다음에 하려고 했다.

매일 10km씩 뛰는 내년 상반기부터 준비해서,

하반기에 풀코스 대회를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주변에 러닝하는 지인들에 풀코스 대회를 같이 준비하자고 하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약속을 미뤘다.



성공관련 단톡방에서 알게 된 한 분에 계신데,

러닝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가 풀코스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랑 기록도 비슷한 것 같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나는 왜 내 스스로의 한계를 본인이 정해놓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행동하라는 글들을 쓰면서 정작 나는 너무 신중한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내 풀코스에 대한 의지 봉인을 살짝 풀었다.

무조건 내년이 아니라 기회가 되면 뛰겠다로 바꿨다.



이번주 월요일이었다.

그날 러닝을 하는데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좋고 다 좋았다.

호흡과 몸이 하나가 되었다.

세번의 발자국에 들숨, 세번의 발자국에 날숨.

아주 부드럽게 러닝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날 뛰면 부상도 적고 기록도 좋았다.

하프 이상 뛰어보자고 욕심을 조금 부렸다.

5키로 정도 뛰었을 때 갑자기 이슈가 하나 생겼다.

물을 마시기 위해 들고 갔던 물병이 사라진 것이다.

그 순간부터 급격히 멘탈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10.5km에서 멈췄다.

관련 내용은 아래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jimmygrowthdiary/223211730117



다음날 화요일에 한번 더 도전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월요일과는 달리 부드럽게 러닝이 되지 않았다.

무리하면 나중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아서 10.4km에서 멈췄다.

내게는 풀코스도 중요하지만,

3650일동안 매일 뛰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언젠가 다시 뛸 수 있는 날이 오겠지라고 마음을 추스리며,

다시 편안한 속도로 정해놓은 거리를 뛰었다.



마음을 내려놓아서일까.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오전 러닝을 하는데,

지난 월요일처럼 호흡과 몸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았다.

다시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절대 방심하거나 무리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첫 10km까지는 힘들지 않게 했다.

그동안 여러번의 10km뛰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요령도 생겼고, 나만의 페이스도 생겼다.



15km 구간이 되자 3가지 어려움이 찾아왔다.

정확히는 1,3번은 7.5 ~ 10km마다, 2번은 5km마다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1.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

2. 내가 과연 하프이상을 뛸 수 있을까라고 흔들리는 멘탈

3. 갈증이 나고 머리가 조금 아프다.


화장실과 물은 동시에 진행을 했다.

그래서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최대한 줄였다.

그리고 흔들리는 멘탈은 ‘내 생애 첫 풀코스 꼭 달성하자!’를 주문처럼 반복해서 외치자,

회복이 되고 집중력도 올라갔다.



하프가 되자 큰 위기가 찾아왔다.

힘들게 하프까지 뛰었는데, 그 힘든 하프가 한번 더 남았기 때문이다.

2시간을 뛰었는데, 앞으로 2시간이상을 더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다시 멘탈이 날아갔다.

멘탈을 부여잡기 위해 계속해서 외쳤다.

‘내 생애 첫 풀코스를 꼭 달성하자! 내 안의 의욕과 의지를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만들자!’



신기하게도 그렇게 외치면 멘탈도 잡히고 집중력도 올라갔다.

그동안 명상을 하며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한 덕분인 것 같았다.



25km가 되자 갈증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리가 엄청 무겁고 쥐가 조금씩 났다. 땀을 많이 흘려서 물이 부족해서인가 싶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물을 많이 섭취했다.

갈증이 사라지고 머리 어지러운 것이 덜해졌다.

다리가 무거운 것도 조금 괜찮아졌다.

이제부터는 내가 뛰는 거리만큼이 내 생애 최장거리였다.

처음 뛰는 최장거리라 그런지 내 생애 최장거리다라는 뿌듯함보다,

이제 이쯤이면 그만해도 되지 않아?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내 뇌와 몸이 이제는 그만하자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또다시 외쳤다.

‘내 생애 첫 풀코스를 꼭 달성하자! 내 안의 의욕과 의지를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만들자!’



그렇게 외칠 때마다 다시 좋아졌다.



생애 첫 30km가 되었다.

온 몸의 감각들이 번갈아가며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어떨 땐 발가락, 어떨 땐 발바닥, 무릎, 허리 등등 모든 부위의 말초신경까지 느껴졌다.

내 몸이 이렇게 예민했나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내 몸이 나의 의지를 멈추게 하기 위해 몸의 고통을 잘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35km가 되었다.

몸은 점점 더 무거워져갔다.

양발의 엄지발가락은 축축하게 젖어버린 양말로 인해 불어튼 느낌이 들었다.

특히 왼발 엄지발가락은 물집이 잡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 7.195km만 달리면 생애 첫 폴코스이니까 말이다.

내 뇌와 몸은 끊임없이 멈추게 만들 신호를 보낸다.

이 때부터가 힘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문처럼 외우는 문장을 바꿨다.

‘내 생애 첫 50km 코스를 꼭 달성하자! 이제 7바퀴만 더 뛰면 된다! 힘내자!’라고 말이다.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나름 효과가 있었다.

그 순간 내 뇌라는 녀석은 바본가라는 생각도 했다.



38km를 뛰어서 4.2km가 남았다.

갑자기 석촌호수 1.5바퀴를 뛰면 더 힘들거라고 뇌가 신호를 보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석촌호수 서호 3바퀴를 돌기로 했다.

이제 서호 3바퀴만 돌면 되는데,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말년병장마냥 왜 이렇게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인가.

제 자리에서 뛰는 듯 했다.

앞에 뛴 38km로 보다 몇배는 더 힘들었다.

50km 주문도 이제는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무아지경으로 만들어야 했다.

호흡에 집중하거나 땅만 쳐다보는 것을 번갈아 가며 뛰었다.

어떻게든 생각을 안하게끔,

내 몸의 통증을 못 느끼게끔 집중할 대상이 무엇이든 찾아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매일 명상을 하며 집중하는 훈련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스스로가 좀 대견했다.



이제 마지막 서호 한바퀴가 남았다.

조금씩 감정이 벅차 올랐다.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마라토너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9살까지 마라톤을 한 봉주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영조형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마라톤을 완주한 모든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마지막 200m가 남았다.

195m를 정확하게 지키고 싶었지만,

애플워치에서는 10m단위까지만 표기해서 200m를 달리기로 마음 먹었었다.

순간 올림픽 주 경기장 트랙을 도는 것 같았다.

마지막일 때 큰소리를 치면서 들어가볼까?

정말 고생했다고 소리 한번 쳐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 주먹만 불끈져보자.

아니면 입을 막고 살짝 외쳐보자 등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10m가 남았을 무렵에는 하프때와는 달리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짝 짜릿한 것은 있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내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을 홀로 완주했다.

티비에서 보면 마라토너들이 레이스가 끝나면 비틀비틀하는 것처럼 나도 비틀거렸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한동안 비틀거렸다.

내가 해보니 알겠더라.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말이다.


생애 첫 2.JPG


42.21km / 4시간 30분 0초 / 1km당 평균 6분 24초


나의 최종 기록이다.

이젠 내게 풀코스의 목표를 세울 기준점이 생겼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앞으로 점점 나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가 경험한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의 생생한 기억을 날 것으로 정리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되는 글이기 바란다.


풀코스 마라톤이 끝난 후 돌이켜보니 아래 5가지가 중요했던 것 같다.

1. 매일 명상을 하며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했던 것

2. 매일 러닝을 할 때 호흡과 내 몸에 집중하는 훈련을 했던 것

3.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속으로 생애 첫 풀코스를 계속 외치며 내 목표를 잊지 않으려고 했던 것

4. 30k가 지났을무렵 정말 그만하고 싶을만큼 멘탈도 몸도 힘들 때, 다시 여기까지 올려면 42.195를 뛰어야 하지만 지금 뛰면 12.195만 뛰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 것

5. 끝까지 내 뇌와 몸이 그만하지고 보내는 신호에 꺽이지 않은 마음


4일동안 온몸이 아파서 힘들었지만, 삶에 대한 내 의지와 의욕은 다시 충만해졌다.



그게 무엇이든 극한까지 해보는 경험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마라톤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한번 도전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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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가치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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