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iOS 개발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형! 왜 그런 글을 썼어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니?
그리고 너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요…”
“오랜만에 연락해서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니, 그게 아니고, 형의 글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아서 연락했죠.”
“니가 어떤 마음이 안 좋은데?”
“저도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안 좋아서요.
형 글 때문에 저도 힘든 기억이 떠오르고 속상했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형 글을 보고 형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때 형의 마음을 몰라준 것 같아서 미안했다.
제가 중간에서 형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대표형에게 잘 말해볼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형 글 보니 힘들었다고, 속상했다는 얘기를 하려고 전화한 거야?’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야이, 새X야! 너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나랑 장난하는 거냐?
나 약 올리려고 전화한 거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 녀석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형 우리 한번 봐요? 저랑 안드로이드 개발팀장이랑 같이 나갈게요.”
“무슨 말을 하려고?”
“형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나는 너희들을 만나서 특별하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
“그냥 가볍게 술 한잔한다고 생각하고 봐요.”
만나봐야 아무런 득이 없을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만나지 않으면 만날 때까지 연락할 것을 알기에
한 번은 만나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 알겠다. 언제 어디서 볼래?”
“형 언제 시간 되세요?”
“나는 금요일 저녁에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장소는 너네가 오기 편한 영등포에서 보는 걸로 하자.”
“네, 그렇게 해요. 그럼 이번 주 금요일에 보시죠.”
“너네 몇 시에 퇴근하니?”
“형 퇴근하시고 오는 시간에 맞출게요.”
“그럼 19시에 영등포역에서 보는 걸로 하자.”
“네, 알겠어요. 금요일 19시에 영등포역에서 보는 걸로 해요.”
“그래, 그때 보자.”
금요일이 되었다.
그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더 이상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그건 그들의 의사가 아니다.
그가 그들에게 지시한 것이다.
그는 항상 그가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동원했다.
내가 그곳에서 일하면서 수도 없이 봐왔고,
나 또한 그런 일들을 처리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말할지 정리하고 만나러 나갔다.
금요일 18:45분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저 멀리 그들이 보였다.
나도 그들도 익숙한 듯이 약속시간보다 미리 도착했다.
난 그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나를 발견했고,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형,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그래 잘 지냈지. 너네도 잘 지냈지? 이게 무슨 일이냐?”
“그러게요. 형, 일단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가시죠.”
“그래, 그러자. 뭐 먹을래?”
“형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
“그냥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
“네, 좋아요.” X 2
근처 삼겹살 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자마자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 왜 보자고 한 거야?”
“아니, 형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죠.”
“내가 나간 지 몇 달 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페이스북에 글 쓴 지 얼마 안 되어서
너희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내가 그 말을 믿으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형, 눈치 빠른 거 알지. 그냥 니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해봐.”
“사실… 형이 그렇게 글 쓴 거 때문에…”
“그래, 그가 너네들에게 뭐라고 하면서 나를 설득하라고 했겠지.”
“아니… 그건 아니예…”
“뭐가 아니야. 장사 한두 번 하냐.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
그래야 우리의 대화가 더 진솔하게 될 거야.”
“형이 말한 게 맞아요. 그래서 왔어요.
형 우리가 좀 힘들어서 그런데, 글 그만 쓰면 안돼요?”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해?”
“아니… 형이 글을 쓰니까 우리가…”
“너가 내 생각은 하지 않고 니 생각만 하는데 나는 왜 니 말을 들어야 해?”
“……..”
“너는 나한테 배울 게 없다고 말할 때도, 지금도 항상 니 입장에서만 얘기를 하네.
내가 페이스북에 글을 안 쓰게 하려면, 내가 왜 그런 글을 쓰게 된 것인지.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들어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냐?
대화라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해야 하는 것이지
니 주장만 펼치면 그건 대화가 아니고 연설하는 거야.”
“네, 형 말이 맞아요.”
한 병, 두 병, 세 병…
술병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대화도 길어졌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그 두 녀석보다 술을 잘 마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들은 술이 취했다.
혀가 꼬이면서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해서 했다.
나는 이 자리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할게.
내일 출근하면 그에게 이렇게 말해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피해자들한테 사과하고,
앞으로는 페이스북에 진실된 이야기만 쓰라고 해라.
진실된 이야기를 쓰지 못하겠으면, 그냥 조용히 회사 경영에 집중해라고 해라.
그럼 나도 더 이상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쓰지 않으마.”
“네… 알겠어요… 그렇게 전달할게요.”
그렇게 나는 그들을 돌려보냈다.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부사장에게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