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배려
내가 학원에서 실습지로 배정 받은 곳은 51병동이었다.
실습 첫날 아침, 나는 간호사실 앞에서 임시 출입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병동 입구는 자동문으로 닫혀 있었고, 전용 출입카드를 찍어야만 문이 열렸다.
그날은 인터폰으로 호출을 하자 간호사 선생님이 문을 열어주셨다.
그때였다. 실습 근무시간을 확인하려던 찰나,
차지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조용히 다가오셨다.
“밍뚜씨, 우리 병동은 일반 병동이랑은 조금 달라서 조심해줘야 해요.
이송보조 선생님 따라다니면서 배우시면 돼요.
지금 잠깐 자리 비우셨으니까 이따 인사시켜 드릴게요.”
그날부터 나는 그분을 따라다니며 실습을 시작했다.
이송보조 선생님은 가벼운 목례로 인사나눴다. 키 크시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으신 분이었다.
나 역시 묘한 거리감을 느끼며 그 분 뒤를 한참 쫒아다녔는데 흰 색 랩가운과
매직홀 폰을 들고 계시면서 바삐 움직이셨다. 그 때의 나는 그 2G폰이 참 멋있게 보였다.
안내 받은 51 병동은 병동 전체가 1인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닫힌 문들 사이로 고요함이 흘렀다.
복도 측면에는 응접실처럼 꾸며진 공간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마주 보는 2인용 소파는 보호자를 위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그 뒤, 비상구처럼 생긴 문은 간호부장실이었다.
알고 나서야 웃음이 났다. 이곳은 분명 특별한 병동이었다.
VIP병동에는 주한미군, 고위급 병원 관계자, 스포츠 선수들이 자주 입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송 보조 선생님과 베드메이킹을 하러 들어갔을 때 1호실과 2호실은 다른 병실보다 조금 더 넓었다.
2단 카트를 끌고 침대 시트부터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 여행용 파우치까지 구비해 두면 끝났다.
그렇게 옅은 땀을 훔치고 한 바퀴 둘러보니까
큰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 2인용보다 넉넉한 소파
안에는 해바라기 샤워기가 설치된 부스형 화장실, 비데, 전기포트, 40인치 정도의 TV,
별도의 세면대까지 마련돼 있었다.
보호자용 침대도 소파 형태였고, 여행용 파우치와 수건 2장이 기본으로 제공되었다.
이송 보조 선생님의 병실 컨디션 확인이 끝나면 그제서야 병실을 빠져나왔다.
처음엔, 그 무뚝뚝함이 답답했다.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말을 아끼던 모습이 차갑게 느껴졌다.
상냥하거나 친절하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마치 말 대신 행동으로 대답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거리감의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말 한마디가 무게를 갖는 공간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는 오히려 더 깊은 배려였다.
환자와 보호자가 기대하는 ‘편안함’이란
단지 조용한 분위기만이 아니라,
오해 없이 응대받는 안정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불필요한 말을 아끼는 건
컴플레인을 줄이고,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한 방식이기도 했다.
그런 신중함이야말로 환자와 보호자를 지켜주는 방식이라는 걸,
그 곁에서 나는 서서히 배워갔다. 무뚝뚝해 보이던 그 태도 속에는
누구보다 신중하고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