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에서 벌어지는 작은 해프닝들

사라진 환자와 그를 쫓는 하루

by 밍뚜



간호간병통합병동, 평소처럼 분주했던 오후였다.

복도 끝에서 드르륵- 폴대를 끄는 소리와 함께, 한 환자분이 간호사실로 조심스럽게 들어오셨다.


"선생님, 병실에서 자꾸 담배 냄새가 나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병실에서 흡연이라니.

요즘 같은 시대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 싶은데, 혹시라도 사실이라면 상황은 심각했다.

실제로 병실 내 흡연이 맞다면, 차지 선생님께 보고하고, 수 선생님께 구두 보고한 뒤 안전사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을 것이다.

해당 환자분께는 조심스럽게 주의를 드리고,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분들의 컴플레인도 조율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해당 병실은 4인실이었다. 병실 안에 화장실이 없는 구조였고, 1인실이나 2인실처럼 몰래 필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기에 연초를 피우기엔 무리인 환경이었다.

그렇다면 전자담배일까?

일단 머리가 아프다는 환자분께 타이레놀 한 알을 드리고, 차트엔 담담하게 기록을 남겼다.


HA(+) / BT 36.8 / AAP 1T(+)


그리고 병실로 찾아가 안내했다.


"병실 내 흡연은 절대 금지입니다. 흡연은 정해진 흡연구역에서만 가능하세요~"


공지를 다시 전달하고, 일단락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이상했다. 그 병실 앞을 지날 때마다 묘하게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며칠 뒤, 다른 환자분이 툭 던지듯 말씀하셨다.


"612호 그 아저씨, 흡연구역에서 아주 살더구먼. 한 번에 다섯 개비씩 피우고 와."


... 그랬다. 병실에서 담배를 피운 건 아니었다. 그냥 아주 열정적인 흡연자셨던 것.

다행이면서도 허탈했고, 허탈하면서도 어쩐지 피식 웃겼다.


"그래도 병실에서 피운 건 아니네."

"공공장소는 잘 지키시는 분이시네. 다행이다."


병원은 늘 긴장의 연속이지만, 가끔은 이런 어이없고 유쾌한 해프닝이 하루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준다.

그날도 그렇게, 작은 해프닝 하나에 우리는 피식 웃으며 하루를 넘겼다.


하지만 더 강렬한 해프닝은 그다음이었다.


그 환자분은 발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다. 아직 걷기 어려워 휠체어로 이동하셨고, 아침이면 식사 후 물리치료실로 가야 했다.

문제는 항상 사라지셨다는 것.

정해진 시간에 병실에 안 계셨고, 이상하게 호출도 없었다.

전화하면


"곧 가요~"


하셨지만 그 '곧'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라운딩을 도는데 병실에서 익숙하지만 있어선 안 되는 냄새가 났다.


... 술 냄새였다.


침대 옆 상두대 위엔 막걸리 자국이 남은 종이컵이 있었다.

그제야 직감했다. 이건 진짜 선을 넘었다.

같은 병실 환자분께 여쭤보니 망설임 없이 말씀하셨다.


"그 양반은 꼭 아침 먹고 나가서 편의점에서 막걸리 마시고 오던데!"


염증 수치가 높아 외출 금지 상태였는데, 편의점은 병원 외부였다.

다음 날, 창밖을 슬쩍 내다봤다.

편의점 앞, 그 환자분이 보였다.

바로 내려가니 막걸리 한 병이 세팅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단외출도 안되지만 음주는 절대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면서 휠체어를 밀고 병실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환자와의 지독한 술래잡기.


출근길에 편의점을 먼저 들르는 게 일상이 됐다.

진상도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허허, 또 들켰네~"


웃으면서 막걸리 병을 흔들었고, 다음 날엔 다른 병동 환자와 맥주 한 캔씩 나눠 마시고 계셨다.

우리는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했고, 그분은 웃으며 대답했고, 그리고 또, 편의점으로 사라지셨다.

결국, 주치의 선생님께 상황을 전달드렸다.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한 번만 더 무단 외출하시면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병동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환자분은 조용히, 한방병원으로 전원 하셨다.


병원은 참 다양한 사연이 오고 가는 곳이다.

진지한 얼굴 속 허탈함이 깃들기도 하고, 무거운 하루 속에서 피식 웃을 만한 장면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날도 그렇게 참 어이없지만 어쩐지 유쾌한 하루가 하나 더 늘어났다.

이전 04화버텨야만 했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