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플라차 대로의 카페에 앉아있다. 오늘은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는 날이다. 많이 외로웠고, 여기저기 아팠고, 누군가 참 그리웠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감이 가득했던 여행의 지난 날들이 스쳐간다. 무사히 마지막 여행지까지 와있다. 그거면 됐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더워' 여름이면 엄마가 늘 하던 말이 생생하게 들린다. 이 더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데 하나도 안 덥다. 오히려 따뜻하다.
여행을 시작했던 자그레브로 돌아간다. 시작과 끝이 같은 건 철저히 계획하에 이루어진 일이다. 낯선 크로아티아 땅에 익숙한 도시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었다.
크로아티아 국내 항공을 이용해 자그레브로 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돌로 뒤덮인 산이다. 크로아티아는 산에 돌이 많아서 농사를 짓기가 어렵단다. 때문에 식당 메뉴에 야채가 거의 없다던 체코에서 온 동행이 해준 말이 떠오른다. 함께 여행한 많은 사람들, 덕분에 즐거웠다.
자그레브에 돌아왔다. 돌아왔다는 표현을 쓸 수 있어 좋다. 불과 이틀 머물다 갔을 뿐인데 집에 온 것 같다. 익숙한 풍경에 여행 내내 긴장했던 마음이 사그라든다. 몇 번이고 왔던 길이니까, 나처럼 헤매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있다면 도와줘야지. 자만하고 성큼성큼 걷다가 이내 호텔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내가 그러면 그렇지. '저 여기 두브로브니크 호텔이 어디예요?' 묻고 물어 숙소를 찾았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크로아티아 여행을 그것도 혼자서 사고없이 해냈다는 의미일테니 나에게 선물을 주자. 한국에서부터 고급호텔을 예약해두었다. '오늘이 크로아티아 여행의 마지막 밤이에요. 뷰가 좋은 방을 부탁합니다.' 했더니 바로 반옐라치치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방이 내 방이 된다. 그래, 여기는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크로아티아였지. 오늘 밤 야경이 끝내주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마지막 만찬을 즐기러 왔다. 돌라치 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PLAC>. 모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인데 음식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러고보니 여행내내 크로아티아 음식이라고 할만한 것을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크로아티아 대표 메뉴를 먹어본다. 맛있다. 좋아하는 흑맥주를 두 잔이나 마셨다.
알딸딸한 채로 자그레브 아이에 오른다. 자그레브의 전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자그레브의 눈. 건물 밖으로 한 바퀴 둘러진 아슬아슬한 발코니를 걷는다. 걷다 보니 무서움은 사라지고 감탄만 남는다. 지금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에 있다.
이 곳의 밤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마지막을 되뇌이며 지금 눈 앞의 광경들을 마음에 새긴다. 익숙한 도시를 만들었지만 살면서 다시 올 수 있을까. 떠나기 전부터 마음이 아득해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자그레브 아이에서 내려와 노랫소리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온 도시에 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참 고마운 밤이다.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