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두 명의 동생과 함께 스르지산 케이블카에 올랐다. 이 케이블카에는 반전 매력이 있다. 어마어마하게 심각한 찜통인데, 와이파이가 된다. 이제와 얘기지만 크로아티아는 생각지 못한 통신 강국이었다. 공항에서 산 유심칩 하나로 여행내내 데이터를 펑펑 썼다. 어디에서든 끊김이 없어 이동하는 버스에서 드라마를 보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두브로브니크의 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상상 속의 두브로브니크는 온통 햇살 속에 빛나는 낮의 풍경이었다. 두브로브니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날것 그대로 처음 만나는 아름다움이었다.
노을 질 무렵부터 깜깜한 어둠이 내리기까지 한 곳에 서 있었다. 눈 앞의 풍경들이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밤이 깊어지자 도시에 불이 켜진다. 온갖 조명이 반짝이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꿈에 그리던 이곳에 이토록 쉽게 내가 와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오늘 두브로브니크 항구에서는 불꽃놀이를 한단다. K의 게스트하우스 할머니가 알려주신 고급정보.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인데, 불꽃놀이에 마침 유로 2016 결승전까지 겹쳐 온 도시가 들썩인다.
사방에서 감탄사가 쏟아진다. 두브로브니크에서 그것도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불꽃놀이를 보게 될 줄이야. 모든건 타이밍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숙소에 들어가려는데 문이 안열린다. 동생들과는 이미 다 헤어졌고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열쇠를 잘 못 줬나? 아무리 구멍에 맞춰봐도 열쇠가 돌아가지 않는다. 문이 안 열리면 오늘 밤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야하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아! 가방에 한국에서 적어둔 주인 아저씨의 연락처가 있지.' 다행히 오늘 입실한 '김'을 기억해주신다.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건물 1층인데 문을 못 열겠어요 도와주세요." 했더니 웃으며 금방 갈테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현재 시간 밤 11시, 유로 2016 결승전이 한창이다. 웃으며 오겠다고 해주셨지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을까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잠시 후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1층에서 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2개가 있는데 오른쪽과 왼쪽 문이 헷갈려 다른 문을 잡고 30분간 씨름을 했던 것이다. 아저씨가 '이 문이 아니라 저문이야'라며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내 심정은 정말 테러블했다. '쏘리, 리얼리 쏘리'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내 방(단 3일 머무를 뿐이지만)에 누웠다.
눈을 감으면 그리운 것들이 떠오른다. 한국의 가족들, 그리운 엄마, 수시로 내 안위를 확인하는 친구 승주, 가만히 그리운 것들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