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8. 두브로브니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by 짐니


해질녘, 두 명의 동생과 함께 스르지산 케이블카에 올랐다. 이 케이블카에는 반전 매력이 있다. 어마어마하게 심각한 찜통인데, 와이파이가 된다. 이제와 얘기지만 크로아티아는 생각지 못한 통신 강국이었다. 공항에서 산 유심칩 하나로 여행내내 데이터를 펑펑 썼다. 어디에서든 끊김이 없어 이동하는 버스에서 드라마를 보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스르지산 케이블카 전망대 입구.
와이파이가 터지는 케이블카.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두브로브니크의 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상상 속의 두브로브니크는 온통 햇살 속에 빛나는 낮의 풍경이었다. 두브로브니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날것 그대로 처음 만나는 아름다움이었다.



노을 질 무렵부터 깜깜한 어둠이 내리기까지 한 곳에 서 있었다. 눈 앞의 풍경들이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밤이 깊어지자 도시에 불이 켜진다. 온갖 조명이 반짝이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꿈에 그리던 이곳에 이토록 쉽게 내가 와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불꽃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총포를 발사하는데, 어마어마한 굉음이 난다.


불꽃놀이 시작 전, 순간 사방이 고요해진다.


오늘 두브로브니크 항구에서는 불꽃놀이를 한단다. K의 게스트하우스 할머니가 알려주신 고급정보.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인데, 불꽃놀이에 마침 유로 2016 결승전까지 겹쳐 온 도시가 들썩인다.



사방에서 감탄사가 쏟아진다. 두브로브니크에서 그것도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불꽃놀이를 보게 될 줄이야. 모든건 타이밍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밤의 플라차 대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숙소에 들어가려는데 문이 안열린다. 동생들과는 이미 다 헤어졌고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열쇠를 잘 못 줬나? 아무리 구멍에 맞춰봐도 열쇠가 돌아가지 않는다. 문이 안 열리면 오늘 밤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야하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아! 가방에 한국에서 적어둔 주인 아저씨의 연락처가 있지.' 다행히 오늘 입실한 '김'을 기억해주신다.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건물 1층인데 문을 못 열겠어요 도와주세요." 했더니 웃으며 금방 갈테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현재 시간 밤 11시, 유로 2016 결승전이 한창이다. 웃으며 오겠다고 해주셨지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을까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잠시 후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1층에서 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2개가 있는데 오른쪽과 왼쪽 문이 헷갈려 다른 문을 잡고 30분간 씨름을 했던 것이다. 아저씨가 '이 문이 아니라 저문이야'라며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내 심정은 정말 테러블했다. '쏘리, 리얼리 쏘리'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내 방(단 3일 머무를 뿐이지만)에 누웠다.


눈을 감으면 그리운 것들이 떠오른다. 한국의 가족들, 그리운 엄마, 수시로 내 안위를 확인하는 친구 승주, 가만히 그리운 것들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