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7. 보스니아 국경을 넘어 두브로브니크로

by 짐니

두브로브니크로 간다. 두브로브니크 행 버스에서는 왼쪽에 앉으면 바보란다. 한국으로 치면 대전에서 부산쯤 되는 거리, 4시간을 달려가는 내내 오른쪽 창밖으로 드넓은 아드리아해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행객들 사이에선 두브로브니크 행 버스 오른쪽 좌석이 극장 수준이라고 알려져있다. 내가 버스에 탔을 때에는 오른쪽 좌석이 딱 하나 남아있었는데 얼마나 다행이던지, 달리는 버스에서 내내 감사했다. 이 멋진 풍경을 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겠지. 4시간을 내리 보면서도 눈을 떼기가 아쉬웠다.


창 밖으로는 내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보스니아 휴게소에 정차한 버스.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버스의 또 다른 재미는 두 차례에 걸친 여권 검사다. 지형의 특성상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국경을 넘기 때문인데, 보스니아에 들어갈 때 한 번, 또 국경을 빠져 나올 때 한 번 두 차례에 걸쳐 출입국 심사가 이뤄진다. 보안관 같은 아저씨 들이 우루루 버스에 타 일일이 여권을 검사하는데 분위기가 제법 삼엄해서 괜히 심장이 쫄깃했다.


달리던 중 잠시 보스니아 땅을 밟아볼 기회가 생겼다. 버스가 보스니아 영토의 휴게소에 정차한것인데, 장시간 버스를 타야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 같다. 너도나도 언제 또 보스니아에 와보겠냐며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필레 게이트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먼트 베란다 룸스


숲 속의 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이 곳이 두브로브니크에서 삼일간 묵게 될 숙소다. 저기 발코니가 있는 곳이 내 방.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곳에 머물 수 있다니 또 한 번 감사했다.




오늘은 쉬어가는 날이다. 장거리 이동에 지치기도 했고, 어제 삔 발목이 온전치 않아 하루쯤은 푹 쉬어야지 했는데 마침 숙소가 너무나 아늑하다.




혼자 여행자들에게는 동행이 중요하다. 짧은 여행은 내내 혼자 다녀도 문제가 안되겠지만, 열흘이 넘어가는 여행 기간 동안 낯선 곳에서 혼자 모든걸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오늘 역시 한국인 동행을 만나기로 했는데, 부은 발목 때문에 아무래도 성벽투어는 함께하지 못하겠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더니 오히려 내 걱정을 해준다. 한국에서 가져왔다며 비상용 파스를 나눠줘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필레문. 모든 길은 필레문으로 통한다.
두브로브니크 플라차 대로. 하루종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드디어 두브로브니크에 왔다. 극작가 버나드 쇼가 '지상에서 천국을 보고 싶은 사람은 가라'고 했다는 이곳. 아무도 그래야한다고 하지 않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두브로브니크에서는 3일 동안 머물기로 했다.


필레 게이트를 통과해 플라차 대로를 걷는다. 너무 더워 젤라또를 샀는데 쉴새 없이 손등을 타고 녹아내린다. 내 몸도 저렇게 녹아 내릴것만 같은 폭염이다.



플라차 대로 끝에 걸터앉아 거리 악사들의 연주를 듣는다. 이 곳에서 탱고를 듣게 될 줄이야. 마침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순간 더위를 잊을 정도로 황홀했다.



성벽투어를 펑크낸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에 와서 세 번째 만나는 동행이다. 이 친구는 체코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 청년인데 휴가를 얻어 크로아티아에 왔고, 여행이 끝나면 남은 휴가기간 동안은 한국으로 가족들을 만나러간다고 했다. 체코에서의 오랜 생활로 크로아티아의 풍경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겠다고 물었더니, 같은 동유럽인데도 크로아티아는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성채도시가 너무 아름답고, 아드리아해가 찬란하게 반짝이고, 친절한 사람들이 미소짓는 곳. 그도 크로아티아에 꼭 다시 오겠다고 한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첫째 날, 해가 진다. 자다르에서 함께했던 K도 합류해 셋이 스르지 언덕에 오르기로 했다. 이 곳의 야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감탄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시 뚜벅뚜벅 걷는다.



*<크로아티아에 왔다> 크로아티아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