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며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 여행을 떠나 온 나와 같은 여행자였고, 그 다음은 크로아티아에 거주 중인 한국 사람들, 마지막으로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었다. 오늘은 이들 중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는다. 여행 9일만에 온전히 혼자 있는 날, 오늘은 두브로브니크를 구석구석 들여다 볼 작정이다.
아침 일찍 프란체스코 수도원에 왔다. 프란체스코 수도원과 박물관은 14세기에 지어졌으나 그 후 대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어 조각이나 화려한 장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지진에도 자리를 지킨 피에타(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슬픔에 잠긴 모습) 조각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내부는 마치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하는 건물 기둥과 열대지방의 나무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수도원을 나와 작열하는 태양아래 두브로브니크의 골목들을 탐험한다. 여기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구나,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던 흥미로운 곳들이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식당가를 지나 정말 좁은 틈새의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 이 광장을 만날 수 있었다. 나풀거리는 하얀 천막들이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두브로브니크를 더 깊숙히 들여다보고자 배를 타고 로크룸 섬에 들어가기로 했다. 로크룸 섬은 자연이 그대로 유지된 신비의 섬이라 불리는 곳으로 공작새가 노닐고, 희귀한 식물들이 자라는 곳이다.
섬 초입에서부터 평화롭게 노니는 공작새를 본 순간, 과연 이 곳에 내가 발을 내디뎌도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이기로 파괴되지 않았으면 하는 대자연 그대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곳곳에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로크룸 섬이 품고 있는 놀랍도록 맑고 파란 바다 속에서 너도나도 휴가를 즐기기 바쁘다. 사람들은 더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나만의 비치를 찾아 들어가고 있었고, 나는 계속해 숲길을 걸었다.
여전히 작열하는 태양아래 두브로브니크 성벽에 오른다. 성벽투어는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여행법이다. 성벽투어는 6-7월의 경우 저녁 7시 반 전에만 입장하면 그 뒤로는 퇴장 명령을 하지 않는다. 해가 다 지도록 성벽 위에서 일몰을 감상했다.
태양과 마주하며 2시간의 행군을 하면서 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다가 결국엔 깨끗해졌다. 인생은 단순하다. 다만 그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머릿속이 복잡할 뿐. 태양과 같은 장애물이 있을지라도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분하다.
이제 크로아티아에서의 시간이 단 이틀 남았다.
* <크로아티아에 왔다> 혼자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