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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3. 이토록 아름다운

by 짐니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랬는데, 분명 좋은 일이 생길것만 같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날 밤부터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여행내내 나를 힘들게 했지만,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바베큐립.


발리는 교통편이 안좋고,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은 차를 타고 족히 30분은 이동해야 할만큼 멀리 떨어져있다. 때문에 계속해서 가이드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발리에서 알아 준다는 바베큐립을 먹자마자 차를 타고 이동한게 화근이었다. 그런데 그 바베큐립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보통은 먹고 체한 음식은 다시 먹지 않는데, 이 립은 지금 다시 먹으라고해도 몇 접시는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멀미 때문이 아니라 생각없이 먹어댄 내 탓일지도.


종일 빈속인데도 뭐가 단단히 얹혔는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덕분에 발리에서의 마지막 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만찬은 날아가고 J는 홀로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먹었다. 여행을 갈 때 마다 종종 탈이 난다. 약을 종류별로 한아름 챙겨갔는데, 어찌 이리도 가져오지 않은 약만 골라 몸이 아파오는지. '너 또 건강은 안챙기고 놀 생각만하지?' 평소에 돌보지 않은 내몸이 복수를 하는 것만 같다.


젖은 수건을 뜨겁게 데워 등에 얹어주면 체기가 가신다는 말에 J는 나를 눕혀놓고 식은 수건을 데우고 또 데우고를 반복했다.



아무리 먹은게 없어도, 발리까지 왔는데 선셋은 봐야지. 그 아름답다는 핑크스카이를 놓칠 수 있나! 해질무렵 리조트 근처 스미냑 해변을 찾았다. 비치바에 자리를 잡고, 그저 가만히 앉아있다.



해가 지는 순간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우리도 언젠가 생을 마감할 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더는 아프고 싶지 않은 마음, 더는 힘들고 싶지 않은 마음,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이 사람을 절절히 사랑하는 마음, 이 사람이 나 때문에 아팠으면 좋겠는 마음. J의 손을 잡고 그런 생각들을 한다.


연신 내 사진만 찍어주던 J.


이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슬픈 일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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