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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4 END. 안녕, 수마르.

by 짐니

수마르의 미소는 정말이지 순박했다. 발리를 떠나던 날,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를 우붓으로 정했다. 그 날 우리의 가이드가 바로 수마르였다. 수마르는 아침 일찍 리조트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우붓으로 갔다.


발리 전통 가옥에는 실제 주민이 살고 있다.
신의 석상에도 제물을 바쳐 숭배한다.
땅의 신을 위한 꽃과 음식.


처음으로 그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발리 전통식 가옥이다. 발리 전통식 가옥은 방의 모양새나 가마솥이 있는 부엌이 옛날 한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딱 하나 놀랄만큼 다른 점은 조상신을 강하게 숭배하는 만큼 화장한 유골을 집안에 모시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여러 신을 숭배하기 위해 집집마다 크던 작던 사원이 존재한다. 수마르의 말에 의하면 발리 주민들은 크게 세 종류의 신을 믿는데, 조상신, 하늘 신, 땅의 신 이라고. 때문에 집집마다 사원이 있고, 집 앞 양지바른 곳에도 하루에 몇 번씩 꽃과 음식을 올려 신을 숭배한다. 사원은 가정집 뿐만 아니라 번화한 시내의 옷가게, 레스토랑, 심지어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 안에도 발리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마다 존재했다. 가히 신들의 섬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발리에 화산이 분화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마다, 그들의 신이 그들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커피농장에 가보겠냐는 수마르의 제안에 커피를 좋아하는 J와 나는 갑자기 신이 났다. 주택의 대문 같은 곳으로 입장해보니 대문 안이 온통 커피 나무이다. 수백 그루의 커피 나무와 온갖 종류의 커피콩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마셔본다.


- 이거 맛있다 마셔봐

- 이것도 맛있는데?


우리는 연신 맛있다, 맛있다만 해대다가 커피를 한보따리 사들고 나왔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커피 맛 보다도 그날의 분위기가 좋았다. 무더운 날씨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커피나무 숲이 좋았고, 우리 옆에는 순박하지만 믿음직한 수마르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J의 표정이 밝았다.



우붓시장
한가롭게 공을 차던 아이들.


이제 우붓 시내로 간다. 수마르와는 2시간 뒤 우붓궁전 앞에서 만나기로하고 헤어졌다. 한국에서부터 찾아 본 숲속에 온 것 같다는 카페에 가보고 싶었다. 우붓시장에서 지인들을 위한 기념품을 구매하고 카페를 찾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데 어찌 된 일인지 30분이 지나도 내가 찾는 카페가 나오지 않는다. 혹시 카페를 못 찾고 지나온건 아닐까? 오던 길을 되돌아가 보기도하고, 모르겠다 더 가보자 발길을 재촉한다.



걷고 또 걷다가 우리는 길을 잃었다. 눈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앉아 수마르를 보내준 회사에 연락했다. 우리는 길을 잃었고, 지금 어떤 카페에 있으니 차를 가지고 빨리 와 달라고. 해는 점점 어두워지고, 우리는 오늘 밤비행기로 발리를 떠나야한다. 캐리어도 여권도 모두 수마르의 차에 있는 상황, 비행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카페 앞에 나가 수마르를 기다린지 30분쯤 되었을까. 혼비백산한 표정의 수마르를 만났다.


잘못은 우리가 했는데, 오히려 그가 미안한 표정이었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당초 우리가 예약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정말 괜찮다고 그에게 미안하다 말했다. 수마르는 자상하게도 차가 있는 곳까지 조금 걸을 수 있겠냐 물었다. 그의 날랜 걸음을 따라간다.


수마르는 한국말을 아주 잘했다. 두 아이의 아빠라고 했고, 발리에 카스트 제도가 있다는 말을 했을 땐 조금 충격이었다. 서양 사람들은 발리에 몇번씩이고 오는데, 한국 사람들은 한번 오고 다시 안온다고도 했다. 발리에 또 가고 싶다. 그때도 수마르를 만나고 싶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의 번호라도 받아둘걸, 이럴 줄 알았다면 그와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둘 걸.


수마르는 우리가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고 난 뒤까지 계속해 우리 뒷모습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지금도 가끔 얘기한다.


-수마르는 잘 지내고 있을까?







*발리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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