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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 로마의 온도

by 짐니


여행을 아무리 많이 다녀도 떠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수 많은 걱정 중, 당연 1번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가지?'. 숙소에 도착했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낯선 땅에 몸 뉘일 공간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더군다나 평생 한번 뿐인 신혼여행을 떠나는데 첫날부터 길을 헤매고 싶진 않다. 한국에서부터 한인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하는 도시의 첫 인상은 그 도시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통해 결정된다. 그렇게치면 로마는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픽업서비스 회사에서 설명해준대로 만나기로한 장소에 도착했다. 짐을 싣고 빨리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도 차가 출발하지 않기에 물어보니, 오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인 손님이 더 있다고. 장거리 비행에 지쳐 빨리 숙소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한참 전에 내린 비행기에서 아직도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하고 헤매이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래지나지 않아 중년의 부부와 내 또래로 보이는 딸이 사과를 하며 차에 올랐다. 잠깐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창밖으로 본 밤의 콜로세움.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늦게 도착한 가족에 대한 기사의 비난이 시작된 것. 낯선 외국 땅에서 초행길을, 더군다나 부모님을 모시고 유럽 여행을 한다는게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웃는 얼굴로 사과를 하던 딸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가족은 입을 닫았고, 차 안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는 (눈치 없이) 다소 과격한 말투로 차창 밖 가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콜로세움과 로마의 고대 목욕탕이라는 곳을 지났다. 그의 말에 간헐적으로 호응을 하는 건 J 와 나뿐이었다. 가족의 숙소에 먼저 도착해 그들이 내렸다.


-즐거운 여행 하세요! (꼭 이요!)


비록 길을 헤매고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을 지라도, 중년부부와 동년배로 보이던 그 기사가 ‘참 착한 딸을 두셨다고, 부모님을 모시고 이렇게 여행도 다니니 얼마나 좋냐고, 당신 가족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머릿 속으로 모두가 웃고 있는 모습이 스쳐갔다.


그게 J였다면 틀림없이 모두를 웃게 했을거다. J는 나와 언어의 온도가 맞는 사람이다. 아니 오히려 J쪽의 온도가 더 높다. 나는 미묘하게 낮은 온도의 언어로 가끔 그를 아프게 한다. 잠들기 전 먼저 사랑고백을 하는 건 늘 J쪽이었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자기는 화장안한 얼굴이 제일 예뻐'하는 것도, '우리한테 가장 소중한 건 같이 보내는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나는 이 사람을 만나서 늘 웃을 수 있다.


잠시 후, 우리가 예약한 스무스호텔에 도착했다. 로마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에 모든 짐을 꽁꽁 싸매고 다니던 J는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가방을 다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웠다.



창밖엔 또 다른 호텔들이 줄지어 있다. 전세계에서 로마로 몰려든 여행자들과 함께, 내일부터 또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우리의 신혼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 않아 J?







*읽어주셔서 무한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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