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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Aug 22. 2021

아이를 왜 가져야 할까?

1년째 임신 준비 중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한국 출산율' 대한 기사를 봤다. 2019 기준 출산율은 0.92. 그러니까 가임여성 1명당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거다. 2017년까지는 1.05명으로 가임여성 1명당 1 정도의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커플이 만나 아이를 만들고 낳으니까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이 2 되어야 제자리 아닌가? 인구가 엄청나게 줄어들겠구나... 그런데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  같다고 무책임하게 넘기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식이 없는 50부부가 병원에 갔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른  자녀들을 보고 "나는 늙어서 혼자 병원에 오겠구나, 외롭겠다"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외롭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걸까? 출산율이 계속해 떨어지는 이유는 아이를 양육하기 힘든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아이가 몹시 갖고 싶다. 그런데 아이를 왜 갖고 싶어?라고 물으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혼 초부터 남편은 줄곧 아이를 원했다. 반면 나는 연애시절부터 작년 이맘때쯤까지 줄곧 아이를 원치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더 행복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아이를 갖게 되면 특히 엄마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내 일을 잃고 집에서 아이만 보면서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아이를 원하게 됐을까? 남편에게 왜 아이를 갖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는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행복한 가정은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고 생각했고 그 스스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나 역시 행복한 가정을 떠올렸을 때, 엄마와 아빠 아이들이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심지어 2명의 아이가 있는 4인 가족이 가장 안정적인 형태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도 놀랐다. 어떤 가족의 형태가 가장 행복하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우리 주변에 아이를 갖지 않고 부부 단 둘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지는 않다. 만일,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서 부부 단 둘이 아이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일반적인 모습이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다.


 그러면서 직장동료 T 떠올랐다. 결혼한  5년이  T 남편과 상의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욕심도 내지 않고, 서울 외곽의 빌라를 한채 사서 그곳에서  살아갈 예정이라고. 그래서인지 T에게서는 유독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앞으로 살아가며  걱정도 목돈이 들어갈 일도 없기에 시간도 자유롭고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워 보였다. 실제로 T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고민 없이 사는 편이다.  경우에는 '우리는 자가도 없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돈도 많이  텐데...' 하면서 3 원짜리 물건 하나를  때도  번을 고민한다. T 모습을 2 넘게 지켜보고도 그녀를 부러워하면서도 나는 아이가 있는 삶을 택했고,  개월 전부터 난임 병원에 다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난임 병원에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넘쳐서 예약을 하고가도 1시간 대기는 기본이었다.


 남편과 내가 한 마음으로 아이가 갖고 싶었던 시점부터 1년 가까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가 임신했을 때의 상황,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긴 시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한 것은 분명 힘들고 슬픈 일이지만, 그 시간 동안 남편과 나눈 대화들은 정말 값졌다. 그의 정성스러운 설득과 한결같은 태도는 아이를 원치 않던 나를 돌려세우기에 충분했다. 처음으로 '나와 다른 그'에게 완벽하게 설득당한 순간이었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내가 옳네, 당신이 틀리네' 하며 언성을 높이는 일도 허다하겠지만 서로의 성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배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분명하고 깔끔했다.


맛있는 커피도, 사랑하는 맥주도 미리미리 마셔두자.



 재택근무 중 오후 3시쯤 잠시 편의점에 다녀왔다. 때마침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라 엄마들이 줄지어 아파트 단지 앞에 마중 나와 있었다. 그녀들은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누가 어느 집 아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서로 아이들을 챙겼다. 그곳에 있던 엄마들은 나처럼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갖고 일을 그만둔 사람도 있을 테고, 프리랜서로 자신의 직업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3~4년 후 내가 오후 3시쯤 아파트 입구에서 노란색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인생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는데, 아이를 갖는 일은 더더욱 반 치 앞도 내다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면 먼저 엄마가 된 언니들이 한 마디 하겠지. "닥치면 다 하게 돼있어."


그래, 닥치면 어떻게든 다 할테니 우리 부부에게도 부디 건강한 아이가 찾아오길.







<다른 사람과 살고 있습니다>는 매주 일요일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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