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수습노무사 수련기

3. 내일부터 출근 가능한가요?

by 지무

지인 소개로 만난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의 질문은 심플했다. 과거 경력 사항 관련해 몇 가지 물어봤다. 그리고 대뜸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내일부터요?"

"예. 빨리 시작하면 좋잖아요. 일도 빨리 배우고."

"그래도 내일은 좀..."

". 너무 빠른가요?"

".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합니다."

"그럼 다음주부터 나오셔요."

"예. 그럴게요."

"주말에 가족들과 마지막 만찬을 즐기세요."

"예. 감사합니다."


순간 과거 한 인물이 떠올랐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첫날 편집국장은 1면 톱기사를 적으라고 했다.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날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내어줬다. 배려인지, 괴롭힘인지 헷갈려하면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생생하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과도한 업무지시는 반길만한 것이 못 된다.


대표 노무사는 한 가지 더 배려해줬다. 급여 수준을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높게 책정했다.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고, 가정도 있으니 최저임금보다는 더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마운 말씀이다. 수습노무사의 급여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물론 산재법인은 좀 더 높지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조건도 있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기대 이상의 호의에 약간의 경계심도 생겼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데 노무사 업무와 함께 영업 부담도 주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 접하는 일에 대한 불안감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사실 동년배 노무사의 눈물 젖은 수습기를 생각해보면 감사하게 여기야 한다. 30대 후반에 노무사 생활을 시작한 동년배 노무사는 교육생으로 있으면서 경력을 쌓았다고 했다. 교육생은 급여를 받지 않고 일을 배우는 노무사를 말한다. 무급도 좋으니 일을 배우기 위해 여러 노무법인을 찾아다녔고, 보내지도 않을 의견서를 밤새 적기도 했으며, 한 번이라도 좋으니 노동위원회에 데려가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단다.


무용담 같은 그의 이야기는 잠깐 가졌던 의심과 경계심을 헐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새로운 일을 배우고 담금질하기 위한 열정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초심을 잃지 말자. 50대면 대표 노무사급 나이인데, 수습 노무사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 않은가. 모든 배려에 감사하자.'


바야흐로 진짜 노무사의 삶이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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