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수습노무사 수련기

4. 출근 전 미션

by 지무

대표 노무사 면담을 마치고, 같이 있던 전문위원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그는 고용노동부 출신 노무사로 대표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고 있는 듯했다. 노무법인 업무에 대해 이야기했고,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합류한 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느낌이었다.


커피를 절반쯤 비웠을 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년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관련한 교육 자료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만들라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니... 회사에서 상급자의 '의견'은 하급자에겐 '지시'로 해석된다. 그렇게 첫 출근을 하기도 전에 얼렁뚱땅 업무가 맡겨졌다.


출근 전 업무지시가 반갑지는 않았다. 내일 출근 요구에 이어 출근 전 업무지시라니, 노무사 업무에 대한 기대감에 앞서 업무 방식과 강도에 대한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대표 노무사가 면담에서 했던 말도 뒤늦게 이해됐다. 출퇴근 시간 관련해 노무사들은 보통 오전 10시쯤 출근하고, '재량근로'가 적용된다고 했다. 재량근로는 업무의 수행을 근로자 재량에 맡긴다는 뜻으로 사실상 근로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합법적인 공짜 노동이 엄청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참고로 노무사 업무가 재량근로 대상이라는 것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 제6호 그 밖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업무'에 근거하고 있다.


출근 전이라 어렵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준비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과의 출근 전 만찬 기회는 공중으로 사라졌다.


주말 내내 도서관에 있었다. 오랜만에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년연장 관련 제출 법안도 살펴보고, 노동계 입장도 확인하고, 고용노동부 입장도 점검하는 등 일하는 느낌이 좋았다.


가족들도 이해해줬다. 취직하면 하기로 했던 외식은 미뤄졌지만, 집에서 노심초사하던 아빠가 출근한다고 하니 서운함보다 반가움이 앞선 모양이다.


가족들의 응원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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