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가 난 나의 옆모습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오래된 돌에 이끼가 끼이듯
얼굴에는 기미가,머리엔 흰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내려앉았다
이렇게 자세히, 이렇게 오랫동안
내 얼굴을 바라본 건 처음이다.
거울 속 나는 낯설지 않지만 낯설기도 하다
그림속의 나는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온화하다
행복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 내가 바라는 모습을 그렸구나
이런게 그림그리는 자의 특권인가보다
맘껏 변주가 가능한 자유
그동안 사물의 보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
오늘은 바라는 것, 내면의 결을 따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