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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코스트 둘러보기(1)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해변들

by 진그림

많은 사람들이 호주라고 하면 시드니나 멜번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그 대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곳, 바다와 숲이 맞닿아 서로를 품어주는 센트럴코스트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다. 관광객들은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잠시 들렀다가 떠나지만, 나는 이제 이곳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일을 하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주민이 된 것이다.

이 글은 센트럴코스트를 현지인의 발걸음으로 소개하려는 기록이다. 지도 위에서 이름만 보던 해변, 누가 말 안 해주면 지나쳐 버릴 숲길, 현지인만 아는 주말마켓과 카페까지—이 동네길을 함께 걷는다 생각하며, 여러분도 이곳 센트럴코스트의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소개하고 싶은 바닷가가 너무 많아 몇 차례에 나누어 그 매력을 전하게 될 것이다.


Avoca Beach

아보카비치를 첫 번째로 소개하는 이유는 뭘까? 알파벳 첫 글자 A로 시작해서? 하하, 아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 데다, 우리 가족이 맨 처음 사랑에 빠진 해변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이 풍경을 처음 보았을 때 우리 부부는 동시에 ' 아, 이런 바다가 가까 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바로 그날 오후, 인스팩션을 갔던 집이 현재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바닷가에는 소나무가 울창한 그늘도 있고, 그 옆엔 아이들 놀이터도 있다. 나무그늘 아래는 한여름에도 시원해서, 피크닉 하기에 젤 좋은 명당이라 자리 잡기가 어렵다. 일찍 가시라.

바닷가를 따라가면 절벽이 나오는데 유명한 낚시터다. 파도가 높고 세기 때문에 장비와 동행은 필수.

이곳은 파도가 좋기에 서핑하는 이들이 정말 많다. 서핑클럽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이 놀만한 rock pool(바닷물이 밀물 때 고여서 천연 수영장이 됨)이 있어서 여름엔 가족들이 정말 많이 온다. 여름방학기간엔 주차할 곳 찾기가 어려울 정도, 하지만 그 외에는 한적한 편이다. 근처엔 등산가능한 산도 가까워서 로컬들에겐 아주 사랑받는 곳이다.


Avoca beach/photo by Jin

Terrigal Beach

센트럴코스트에서 가장 알려진 관광지.

Avoca beach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활기와 세련미가 어우러진 Terrigal Beach가 나온다. 한국으로 따지면 이곳은 센트럴코스트의 해운대나 광안리쯤이라고 할까. 다른 바닷가에선 볼 수 없는, 해변을 따라 죽 늘어선 카페, 레스토랑, 호텔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첨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여기 와있었네! 이런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휴가온 관광객들이었다는. 시드니에서 가까워서 주말을 이용해 많이들 방문한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낚시포인트/ photo by Jin

바닷가 바로 옆의 ‘The Skillion’이라는 절벽 전망대에 올라가면, 광활한 바다와 뒤편 언덕의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다.

테리걸 비치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모래 위에서 햇볕을 쐬는 가족들,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가족사잔 또는 웨딩사진을 찍으러 이곳에 많이들 온다. 이 날은 구름이며 바닷빛깔이 너무 아름다워서 산책을 간 우리도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다. 그 당시 6학년이던 딸이 찍어줬는데 인생컷이 나왔다.

Terrigal beach/ photo by Grace

테리걸 비치는 주차는 좀 힘들지만, 볼 것과 먹을 것이 많은 덕분에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아침이며 저녁이며 늘 사람들로 넘친다.

저녁 무렵이면 붉게 물드는 하늘이 바다 위로 길게 드리워져,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고. 거의 유일하게 밤산책과 함께 야식을 먹을 수 있게 늦게까지 문 여는 가게들이 많아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도 많이 보인다.


Putty beach

남쪽으로 조금 더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조용하고 은근한 매력을 가진 해변이다. 바닷가 한쪽에는 나무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여유롭게 피크닉 하기 좋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바다와 숲이 맞닿은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안절벽을 따라 길게 트래킹코스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종종 가던 장소인데, 딸이 한창 체조를 하던 시절에는 가는 곳마다 이 포즈로 아래처럼 사진을 찍곤 했다.

Putty beach, 멋지게 포즈를 취해준 딸/photo by Jin

해안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Bouddi Coastal Walk가 시작되는데, 손님들이 오셔서 함께 모시고 가면 아!!!! 하고 감탄하지 않는 분이 없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술이 되는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물살이 세고 파도가 크게 쳐서 바다의 거칠고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여름에도 비교적 한적해, 바다와 하늘, 바람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날, 좀 제대로 하이킹을 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걷는 coastal walk/photo by Jin

이 coastal walk은 총길이가 약 8 km 정도인데, Putty Beach에서 시작해 MacMasters Beach까지 이어진다. 평균적으로 3시간 30분에서 4시간 30분 사이가 걸린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운 트래킹코스/Photo by Jin

남편과 주로 걷는 구간은 Putty Beach에서 Maitland Bay까지의 약 3 km 구간인데, 풍경이 아름답고 지형도 비교적 쉬워서 비 온 뒤만 아니면 초보들도 무난하게 걸을 수 있다.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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