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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대중교통 Free Day

아버지와 베트남타운에 놀러가기

by 진그림

2025년 7월 31일과 8월 1일 이틀에 걸쳐 NSW 주에서는 대중교통이 모두 무료로 운행되었다.


이는 장기간 철도 파업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 보상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조치로 시행되었는데, 노사 간 임금 협상이 타결되며 파업이 종료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교통 신뢰 회복과 함께 불편을 당한 시민에게 사과하고 화합을 도모하고자 이런 행사를 열었다고.. 시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외출하여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며 뉴스로 전했다.


자, 그럼 정부가 베푼 호의를 한번 누려봐야겠지?


31일, 목요일은 우리 부부가 쉬는 날이라 계획을 세웠다. 비가 오는 데다 추운 겨울이니 시티로 나가 페리( 배도 공공교통수단이다)를 타는 건 좀 무리인 것 같아서 시드니 서쪽에 잇는 카브라마타라는 곳으로 아버지 모시고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기차

늘 차로 이동하시다 기차를 타시니 너무 좋다고 하신다. 게다가 탄 기차가 신형이었는데, 대한민국에서 만든 기차라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광장에서 한컷

시드니 서남부 페어필드에 위치한 카브라마타(Cabramatta)는 ‘리틀 사이공(Little Saigon)’으로 불리는 호주에서 가장 큰 베트남 커뮤니티 중심지이다.

이곳은 1970~80년대 이후 넘어온 베트남 난민들과 그 가족들이 정착해 형성된 문화적 중심지로, 인근에는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계 커뮤니티도 공존하고 있다.

시드니 중심부로부터는 약 30km 정도의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다문화 음식과 시장 탐방을 즐기기엔 완벽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기차에서 내려 길만 건너면 바로 타운이 연결된다. John Street에서 시작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관광이 시작된다. Freedom Plaza 주변에는 쌀국수, 반미, 전통 디저트와 향신료 상점, 직물·과일 시장 등이 밀집해 있어 베트남의 거리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신선한 야채, 양도 푸짐

이날 우리는 John street 52번지에 있는 [Thanh Binh]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양하게 음식들을 시켰는데, 다 맛있었다. 특히 '반세오'라는 베트남식 팬케익은 아무 데서나 다 맛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 반갑고 맛났다. 주재료가 다 쌀로 만든 데다 신선한 야채가 접시마다 풍성해서 아버지도 너무 좋아하셨다.


그 외에도 Pho 54, Tan Viet Noodle House, Pho Tau Bay 등 다양한 베트남 레스토랑이 사랑받고 있는데, 식당마다 쌀국수는 당연히 맛있고, 크리스피 치킨요리는 Tan Viet noodle House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튀긴 요리는 별로라 시도 안 함.)


자 이제, 맛있게 잘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시장구경에 나섰다.

풍성하고 다양한 야채둘!

카브라마타엔 위의 사진과 같은 야채가게가 즐비하다. 동양인들이 먹는 모든 야채류는 이곳에서 다 파는 듯했다. 이런 다양한 야채가 없는 곳에 사는 나에게는 너무 신세계였다... 기차를 타고 온 관계로 몇 가지만 구입.

레스토랑 가격보다 훨씬 싸다.

골목골목 들어가 보면 이런 음식가게, 간식, 디저트가게들이 즐비하다. 정말 베트남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흠, 베트남 타운에 왔으니 베트남식 커피도 마셔봐야겠지? 선물가게 주인아저씨에게 추천받은 베트남식 커피를 마시러 갔다. 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한 허름한 카페다, 골목구석에 있어서 아는 사람만 찾아갈 듯 한 그런 곳.

베트남커피는 정말 찐한 데다~ 연유를 넣어 단맛까지 강하다. 일부러 하나는 연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연한 커피라고 드렸는데도 아버지가 드시고는,

" 아이고~ 뭔 커피가 이래 걸쭉하노?" 하신다.


신기하게 커피와 함께 보온병에 든 차와 찻잔을 따로 내주셨다. 너무 쓰면 입가심하라는 뜻인가?

집에 와서 찾아보니, 내 추측이 맞았다.

진하고 달콤한 베트남 커피(특히 연유커피)를 마시기 전이나 후에 입을 헹구기 위해 따뜻한 녹차나 재스민차를 제공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손님에게 따뜻한 차를 먼저 대접하는 것은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환대의 예절로, ‘기다림의 여유’와 ‘정중함’을 상징한다고.

진심으로 상자들이 구입하고 싶었다

한 바퀴 타운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고구마가 내 눈길을 끈다. 우리 동네의 절반가격이라 안 살 수가 없었다. 남편의 도시락 메인이 자색고구마라서 차로 왔으면 상자로 샀을 텐데...

카브라마타의 명물가게

아, 그리고 이곳에서 빠지면 섭섭한 것 중에 하나는 '사탕수수주스'이다. 보는데서 직접 짜 얼음을 섞어주는 주는데, 예전엔 두 잔에 5불 정도로 저렴했는데 이젠 여기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맛은 변함없이 좋고.

광장옆에 사람들이 줄서 있으니 찾기쉽다.

기차역 근처에 있는데, 이 집이 맛있고 값도 젤 싸다.

함께 못 온 식구들을 위해 꼭 사가야 하는 월남빵(Bahn Mi)이다. 불과 몇년 전에 3개에 $10불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4개에 $23에 팔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에 9불이 넘는 우리 동네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저렴한 편.

베트남식 빵집이라 다양한 빵도 살 수 있다.

빵가게 한켠에서 만드는 반미인데, 얼마나 손님이 많은지를 짐작케하듯 재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미트볼, 포크볼의 크기가 아기주먹보다 크다.

만드시는 걸 보니 , 예전보다 빵크기가 더 커졌고, 미트볼 같은 재료도 더 먹음직스럽게 커진 것 같다.

아, 진심 이 동네 정감 있고 맘에 든다.


근데 집에서 너어무~~ 멀다는 게 문제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까 사 온 사탕수수 주스까지 딱~ 마시고 나니 베트남타운 나들이가 잘 마무리된 느낌이다.

오는 길은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 역에 내려서 환승기차를 타야 한다. 시간이 좀 남아서 역 근처에 있는 호주산 건강식품+ 특산품 가게도 들러서 귀국선물용 쇼핑도 하셨다.


주정부의 배려로 좋은 나들이도 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름 기여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하루였다.

무엇보다도 85세이신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이렇게 함께 다닐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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