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매일 보는 곳

그곳에 가면 깨닫게 되는 것

by 진그림

둘째가 병원에서 PSA(Patient Support Assistant, 환자와 의료진을 돕는 비임상 보조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준 말이다.

병원은 태어남과 죽음이 한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라도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저절로 일어나게 해주는 것 같다. 일상에 묻혀 바쁘게 살다 보면 잊게 되는 삶의 유한함. 왜 사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런 현장은 우리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세우고, 지금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한다. 순간순간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의 곁에 머물러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아침에 텃밭에서 돌보는데, 문득 아! 나도 여기에서 태어남, 꽃 피움, 열매 맺음과 낙엽짐과 흙으로 돌아감을 매일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 나 역시 이 순환 속에 살고 있지.'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며 경의로움을 느끼고, 무럭무럭 자라 열매 맺음을 보며 내 삶에 맺을 열매는 무엇인가 생각하고, 떨어진 낙엽들을 치우면서 언젠가 우리도 다시 흙으로 돌아갈 존재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렇게 텃밭은 날마다 삶의 순환을 보여 주며, 지금 이 순간을 감사와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내 마음에 깊이 새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과 나에게 병원과 텃밭이 있듯, 각 사람마다 이런 곳이 하나씩은 필요하지 않을까. 멈춰 서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그런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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