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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너머 동네 Spencer로 가는 길

사람과 차를 동시에 태워주는 공짜배

by 진그림
혹스베리 강/ photo credit:Google

Spencer(NSW)는 센트럴 코스트 지역, Hawkesbury River(혹스버리 강) 강변에 자리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은 낚시와 카약, 보트 타기를 즐기기에 알맞으며, 인구도 관광객도 많지 않아 고요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시드니에 사는 사람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일지 모르지만, 바로 그 낯섦 덕분에 더욱 특별한 매력을 간직한 마을이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차를 이용해서 가야 한다. 시드니에서 Spencer로 향하는 가장 낭만적인 길은 Wisemans Ferry를 지나는 루트이다. 북쪽으로 차를 몰아 Old Northern Road를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빽빽한 풍경이 어느새 풀밭과 언덕으로 바뀌고, 창문 너머로 정원풍경이 펼쳐진다.


센트럴코스트에서는 M1 고속도로를 타고 이곳으로 가는 육로가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이 많지만, 바로 Spencer 방향으로 이어진다. 운전은 조금 까다롭지만 오가는 주변경치가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드라이브 코스이다.


이 글에서는 시드니쪽에서 오는 길을 소개하기로 한다.

Wisemans Ferry/ photo from Wikipedia

그렇게 도착한 Wisemans Ferry, 이곳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페리가 있다. 강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없어서 차도, 사람도 페리를 타고 건너야 한다. Hawkesbury 강을 건너는 순간, 드라이브는 작은 모험이 된다. 차를 탄 채로 강을 건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니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느릿하게 물살을 가르며 강 위를 건너는 짧은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여행의 한 장면으로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페리에서 내리면 Wisemans Ferry Road를 따라 Mangrove Creek Road로 접어들고, 북쪽으로 약 25분만 달리면 Spencer가 모습을 드러낸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그 짧은 순간부터 강을 따라 달리며 보는 풍경, 이 드라이브 길은 Spencer 여행의 큰 매력이다. 숲과 강 사이에 숨듯 드문드문 자리한 작은 집들과 아기자기한 정원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Spencer/photo by Jin

와~ 이런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네? 출퇴근이 참 불편하겠는데… 대단하다.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편의시설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오래전, 도로조차 없었을 이곳을 개간해 집을 짓고 삶을 일궈낸 초기 개척자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들의 끈기와 용기가 이 강과 숲 곳곳에 아직도 살아 숨 쉬는 듯하다. Spencer의 고요한 풍경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그들의 흔적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 편의 역사처럼 다가왔다.


Village Kitchen/ photo by Jin

한 바퀴 둘러보니 이 작은 타운에 타이 식당이 있었다. 주인이 태국출신임이 분명하다. 집을 개조해 만든 이 식당의 뒷마당에는 식재료로 쓰이는 온갖 동남아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음식맛도 훌륭했다. 이 외딴곳에 하루손님이 얼마나 될까? 운영비는 나올까? 음식을 기다리며 주인정이 부탁도 안 한 걱정을 혼자 하고 있다. 우리가 유일한 손님인 데다, 타운엔 인적이 없어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Spencer는 호주 NSW주에서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작고 한적한 강가 마을이다. 시드니 쪽에서 주말 드라이브로 Hawkesbury 강의 고요한 풍경과 시골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 혹은 센트럴코스트로 여행을 와서 며칠 머무를 때, 하루 코스로 들르기에 참 좋은 곳이다.


#호주# NSW#호주여행#드라이브#Spencer#호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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