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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유연한 근무제도!

너무나 매력적이라 놀랍습니다.

by 진그림
Photo credit:SBS

호주에서 일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놀랐던 건 근무 시간이었습니다. 풀타임의 표준근무시간이 주 38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주말에만 일을 하거나 오후부터 밤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각자의 삶에 맞게 조절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이 참 인상적이었지요.


정식 직원이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들은 그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지만 휴가나 제도적 혜택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저도 이틀만 일하는 파트타이머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캐주얼로 주로 일했었지요. 캐주얼 근무자들은 필요할 때만 호출받아 일하는 대신 조금 더 높은 시급을 받습니다. 휴가나 병가의 혜택은 없지만 일하는 날과 못하는 날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요.


캐주얼 시급은 기본 급여에 25%를 더 얹어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기본 시급이 25달러라면, 캐주얼 근무자는 31달러 이상을 받게 됩니다. 대신 이들은 유급휴가나 병가 같은 복지 혜택은 없지요. 풀타임이나 파트타임 직원들은 매년 4주의 연차 휴가와 10일의 병가를 받을 수 있고, 공휴일에도 유급으로 쉴 수 있습니다. 고용주는 급여의 11% 이상을 직원의 연금 계좌에 꾸준히 적립하고, 주정부 규정에 따라 산재보험에도 가입해야 합니다.


더 놀라운 건 호주에서 지급되는 공휴일과 초과근무 수당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NSW 주 간호사의 기본 시급이 만약 40달러라면, 평일 초과근무 첫 두 시간은 60달러(1.5배), 그 이후는 80달러(2배)를 받습니다. 일요일이나 주말 근무는 70달러(1.75배), 공휴일에는 무려 100달러(2.5배)까지 지급된다고 해요. 공휴일에 8시간 일하면 하루에 800달러를 벌 수 있는 셈이죠. 헐!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점이 아닌가요?


이 나라에서는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다”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호주 근로자들은 통장 알림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직장이 다 이렇게 하지는 않지만, 공정한 보상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분위기 덕분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가 법적으로 뒷받침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5시간 이상 일하면 30분 정도는 당연히 쉬어야 한다는 규정이 대부분의 일터에는 있어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도시락을 먹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보통의 직장들은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는 ‘티 브레이크’ 15분 정도와 '런치 브레이크'를 제공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호주에는 법적 강제 정년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이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은퇴 연령(60~67세)에 다다르면 직장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한다면 일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금 수령 후에도 일하거나 자원봉사로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제도 뒤에는, 삶과 일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호주 사람들의 철학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법과 규정이 일터의 시간을 지켜 주고, 문화가 그 시간을 더욱 넉넉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곳에서 일하며 느끼는 것은,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은 나를 성장시키고, 사람들과 소통케 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삶의 소중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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