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Men’s Shed 이야기
호주의 교외나 시골 마을 지나다 보면, 겉보기엔 평범한 작은 작업장이 하나씩 눈에 띕니다. 낡은 간판에는 “Men’s Shed”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들여다보면 전동톱 소리와 함께 남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어요. 보기엔 평범한 목공소 같은데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라, 남성들이 손을 움직이며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돌보는 특별한 공간이죠.
Men’s Shed 운동은 1990년대 호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은퇴, 실직, 건강 문제 등으로 사회적 연결망이 약해진 중·장년 남성들에게 함께하는 공동체를 마련해 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죠. 전통적으로 남성들은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않고, 고립되기 쉽다는 사회적 현실이 이 운동의 배경이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오픈이 된다고 합니다. 연회비가 $45불 정도 있고, 올 때마다 휴식 시간에 마시는 커피나 티값정도를 ($2불) 내면 남성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작업대 위에는 버려진 가구가 다시 태어나고, 손자에게 줄 장난감이 만들어지며, 때로는 지역사회를 위한 벤치나 새집이 완성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배우느냐 혹은 어떤 결과물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즐거움과 보람을 나누는 것입니다. 톱질을 배우고, 못질을 하며, “요즘 어때?”라는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고립감과 우울감은 조금씩 녹아내리는 거죠.
이 작은 쉐드는 이제 호주 전역 1,200여 곳으로 확산되었고, 뉴질랜드, 아일랜드, 캐나다 등지로도 퍼져 나갔습니다. 지역사회에서는 Men’s Shed가 남성들의 정신 건강 증진, 세대 간 교류, 기술 전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연구에서도 Men’s Shed 참여가 중년 남성의 삶의 만족도와 건강 지표를 눈에 띄게 개선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Men’s Shed의 매력은 ‘치유’가 거창한 방식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예요. 커피 한 잔과 못 하나, 그리고 함께 얘기를 주고받을 동료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사람은 결국 관계 속에서 회복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 소박한 공방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었어요.
당신이 호주를 여행하다가 “Men’s Shed” 간판을 본다면, 한 번 들어가 보길 권합니다. 그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건, 나이와 배경을 넘어 서로를 살피는 따뜻한 시선과, 공동체가 주는 힘일 것입니다.
* 도시에도 Men's shed가 운영되고 있답니다. 주로 교회나 단체가 공간을 제공해서 운영되고 있으니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