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오래된 와인산지
헌터밸리(Hunter Valley)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이자, 시드니에서 차로 약 2-3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아 주말 여행지로도 아주 인기 있는 곳이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완만한 언덕과 초록빛 들판이 이어지는 이 헌터밸리 지역은 작은 와이너리들이 마을처럼 이어져있다.
첫 번째 타운은 헌터밸리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세스녹(Cessnock)이다. 여행자가 차를 세우고, 숨을 고르기에 좋은 관문 같은 곳이다. 길가에는 작은 카페와 식당들이 이어져 있고, 포도밭으로 향하는 길이 사방으로 뻗어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포콜빈(Pokolbin), 헌터밸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곳엔 오래된 와이너리들이 마을처럼 모여 있다. Tyrrell’s Wines, Brokenwood, Audrey Wilkinson —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헌터밸리에는 소규모 가족 와이너리부터 유명 브랜드 와이너리까지 150곳이 넘게 있다고 한다. 유명한 지역엔 대부분 Information Centre(관광안내소)가 있으니 꼭 들러서 지도와 홍보책자들을 보며 가볼 만한 곳들에 대한 정보들을 더 알아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모든 곳이 일주일 내내 오픈하진 않으니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좀 더 조용한 분위기를 찾는다면 러브데일(Lovedale)로 가보길.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마을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와이너리와 예술 공방과 갤러리, 향긋한 허브가 자라는 농가 카페가 군데군데 펼쳐져있다.
마운트 뷰(Mount View)라는 타운은 이름처럼, 포도밭 너머로 헌터밸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서쪽 끝의 브로크(Broke). 이곳에서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헌터밸리 지역의 대표 품종은 세미용(Semillon)과 쉬라즈(Shiraz)로, 각 와이너리마다 숙성 방식과 향이 달라서 시음을 하면서 다양한 와인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데, 나는 와인을 즐기지도 잘 마시지도 않지만, 남편과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바람도 쐴 겸 왔으니 와인 시음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이곳은 검색을 하니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곳이라 방문하기로 했다, 러브데일( Lovedale)에 있는 한적한 곳이었다. 생각보다 포도밭이 광활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른 곳에 더 큰 게 있겠지?)
깔끔한 내부와 확 트인 창이 카페 같은 분위기였다. 시음은 6가지 종류의 와인을 골라 맛볼 수 있고, 시음료는 일인당 $10불씩을 받는데, 시음 후 두병이상 구입하면 시음료는 받지 않는다.
직원이 어찌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지, 와인에 대해서 즐겁게 알아가고 맛보는 시간이었다. 숙성연도별로 와인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그 자리에서 맛보니 차이가 확연히 달랐다.
나는 와인을 잘 모른다. 잔 속 붉은빛이 예쁘다는 것 말고는, 향이나 산도, 여운 같은 말들은 나와 먼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와이너리에서 시음을 하며 와인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헌터밸리는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와인을 잘 모르던 나도, 포도의 수확과 숙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시간이 만드는 풍미 좋은 와인의 맛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다음엔 새벽안개가 자욱한 포도밭도 보고 싶고, 해가 지는 언덕들을 보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