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고 귀한 선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시드니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며칠 전, 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한인카페에서 ‘책을 나눕니다’라는 광고를 보았다.
건강한 유기농 생활과 자연 밥상, 유기농법, 그리고 내가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의 책들이었다.
누군가가 아끼며 읽었던 책들을 또 다른 누군가가 소중히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분은 아무 대가 없이 책을 나누고 있었다.
책을 받아보는 순간,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요즘처럼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그녀의 진심 어린 나눔은 따뜻한 빛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 책들을 통해 내가 그랬듯이 당신에게도 좋은 시간이 전해지길 바랍니다”라는 마음이 전해졌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 한글로 된 책을 만난다는 건 나에게 특별한 일이다. 그동안은 전자책이나 블로그나 온라인 글을 통해 신간을 접했는데, 두 손 가득 종이책을 받아 든 기분이란! 책에서 은은히 풍기는 종이 냄새와 손끝에 닿는 질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 쌓인 책 더미를 바라보니 감사한 맘이 밀려왔다. 이건 단순히 책을 얻은 게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선물 받은 것 같아서다. 문득 나와 관심분야가 비슷한 그녀의 책취향을 보며, 이런 책을 읽으며 그분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궁금해졌다. 다른 계기로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대화가 잘 통했을 텐데... 이사를 준비하신다고 했다. 아쉬워라.
오자마자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읽을 책들을 잔뜩 쌓아두고 앉아있으니 고국생각이 났다. 도서관과 서점들을 좋아했던 나의 추억들도 함께.
그래, 비록 사방에 험하고 무서운 뉴스들이 넘쳐나서 우리를 자꾸 움츠러들게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서로를 향한 작은 친절로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며 그 따스함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모란모란 피어오르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