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온 선물 같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by 진그림


다들 말한다.

나이 들어서는 마음 통하는 친구를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특히 이민을 온 터라, 취향이 비슷하고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는 일은 마치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십여 년 전, 남편을 통해 알게 된 한 부부가 있었다. 나이대도 비슷했고, 아이들도 또래라서 금세 마음이 열렸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다 보니 남편들보다 우리가 먼저 가까워졌다. 언제부턴가 서로 이름을 부르며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학생 때도, 의사가 된 지금도 여전히 작가의 꿈을 품고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주말 오전엔 홀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는 그녀는 나에게도 집중하기 좋은 음악 링크를 보내주고, 향초를 선물해 주며 내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 마음이 늘 고맙고 따뜻했다.


며칠 전, 결혼 25주년을 맞아 부부가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며 시드니에 들를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볼 때마다 그녀는 뭘 자꾸 챙겨 온다. 이번엔 예쁜 노트 몇 권과 수채색연필을 내게 들려주며 말했다. “요즘은 이쁜 노트들을 보면 자꾸 사 모으는 버릇이 들었어. 진선 씨도 그래? 이것 좀 봐, 종이 질감도 좋고 예쁘지? 여기에다 글 쓰라고 내가 좀 챙겨 왔지.” 그녀의 말투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묻어있다.


노트선물/진그림

한편, 나는 그녀를 생각하며 아침 일찍 텃밭에 나갔다.. 싱싱한 채소들을 종류별로 하나하나 땄다. 멜버른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보냉백에 담고 얼음팩도 두어 개 넣었다.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도 함께 챙겼다. 아직 연습 중인 나의 집된장을 맛보라고 주면 그녀는 늘 “너무 귀하다”며 아껴 먹는다고 한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얼른 된장 만들기 달인이 되어 풍성하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직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실험 중이어서 매번 나눌 양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런 과정조차 즐겁고,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누군가가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에 자꾸 더 노력하게 된다.

그녀에게 주는 선물/ 진그림

익숙해진 일상 속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의 긴장과 낯섦이 스며 있는 이민 생활. 그 속에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격려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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